이 이야기의 주인공 김연우는 39세 여성이다. 연우는 한 증권사의 마케팅팀 소속으로 VIP 고객 대상 마케팅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마케팅 프로그램 중에서도 VIP고객들을 위한 문화콘텐츠와 같은 비금융적인 프로그램 담당으로 이를테면,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주제의 세미나, 프로골퍼 초빙 골프레슨, 와인 전문가의 강의와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연우는 이곳에서 아주 골 때리는 인간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하루하루 힘겨운 직장 생활을 하는 중이다. VIP고객을 상대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을’의 입장에 있다는 것이기에 거기서 오는 기본적인 스트레스가 있는 데다가, 철저하게 강약약강과 상명하복의 방식으로 부하직원들을 대하거나 제 몫의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요령만 피우고 권력자의 옆에 딱 붙어 정치질에만 도가 튼 회사 사람들이 연우를 더 힘들게 했다.
연우는 그 또래 세대의 많은 가정들과 비슷하게 부모님과 1남 1녀로 구성된 가정의 장녀로 자랐다. 특별히 못 생긴 얼굴도 아니지만 학창 시절 종종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아 보았다거나 누구나 한 번쯤 길 가다 돌아보는 그런 미인으로 살아본 경험은 없는, 아주 평범한 외모의 소유자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기보다는 할 마음이 있었으나 잘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 관계로 하지 못했다. 서른 초반에 만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꽤 여러 차례 소개팅을 해봤지만 서로가 마음에 들 확률은 거의 로또를 맞추는 수준이었으며 가뭄에 콩 나듯 서로 호감이 생겼다 하더라도 몇 번의 만남 혹은 짧은 연애 정도로 끝나는 것이 전부였다. 그 사이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죽마고우들이 하나둘씩 결혼이라는 것을 했고, 그녀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은 어느덧 그녀 자신들을 어딘가 닮은 듯하지만 훨씬 더 뽀송한 얼굴을 한 아기들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젊은 시절 본인이 혼자 있는 것에 대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더라도, 아직 놀 친구들이 많거나 연애 중인 싱글이냐 아니냐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물론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더 잘 즐기고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모처럼의 여유 있는 주말, 방구석에 누워 누구를 불러낼까 핸드폰을 보고 또 봐도 마땅히 부를 사람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날들이 많아질 때도 크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런 사람들 이야말로 '혼자'가 정말로 괜찮은 사람들이리라. 그런 성향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연우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의 적당한 교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다. 신기한 것은 회사에서 분노조절이 안 돼 허구한 날 소리를 지르거나 맞추기에 지나치게 까탈스러워 보여 ‘저런 성격의 소유자와 결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던 사람들도 자기 짝은 있음을 종종 발견하는 반면, 그들에 비하면 그래도 조금 낫지 않나 생각했던 연우에게는 도통 좋은 인연이 나타나질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소개가 들어오는 일도 횟수가 점점 줄더니 최근에는 거의 씨가 마르고 있었다.
이 이야기 속에는 39세 김연우가 보낸 한 시절의 장면들이 담겨있다. 나이가 듦에 따라 변해가는 관계, 꿈의 의미, 행복과 성공의 상관관계, 문제투성이인 인생을 대하는 태도 등, 연우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은 아마도 누구나 삶의 여정 중에 한 번쯤 고민해 보게 되고 또 재방문하게 되는 주제들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이야기는 연우의 이야기 이기도 하고,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지 비슷한 경험과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