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소(僧笑)는 국수인가?

확인하지 않는 정보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요즘은 승소(僧笑)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국수를 떠올린다. 스님들이 국수가 나오면 웃는다는 이야기가 마치 오래된 불교 전통처럼 말하지만, 이 이야기가 우리 귀에 익숙해진 것은 생각보다 최근의 일이다. 내 기억으로는 기껏해야 15년에서 20년 전부터 간간이 듣기 시작했다.


내 견문이 짧아서 늦게 접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근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라서, 승소에 대한 출처를 추적해 보았다. 인터넷 검색 결과는 흥미롭다. 승소와 국수를 연결하는 이야기는 주로 2000년 이후에 보이기 시작하고, 많이 검색되는 것은 2010년 이후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1년 경향신문에 연재된 고은 시인의 자전 소설 『나의 산하 나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은은 소설에서 이렇게 썼다. "이런 때 절에서는 두부를 만들어 별식을 한다. 두부와 국수와 떡을 삼소(三笑)라고 하기도 하고 승소(僧笑)라 하기도 한다. 큰 절 대중처소에서는 이런 별식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니어서 오늘 점심 공양에는 두부가 나온다면 아무리 목석같은 중의 입도 벙그러져 빙긋이 웃게 되기 때문이다. 국수와 떡도 그렇다."

이 문장을 자세히 읽어보면 승소는 결코 국수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두부, 국수, 떡 세 가지 음식을 통칭하는 말이다. 오히려 고은은 두부에 대한 설명을 정성 들여 풀어내고 있고, 국수는 그저 언급만 하고 지나간다.

과거 절집의 공양이 얼마나 거칠었을지 생각하면, 두부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 산중의 한정된 식재료로 만드는 사찰 음식에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으로 단백질을 제공하는 두부는 귀한 별미였을 것이다. 평소 거친 나물과 거친 밥을 드시던 스님들에게 부드러운 두부 한 모가 주는 기쁨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수분이 많아서 무겁고 부피가 커서 산속 사찰로 조달하기 힘든 두부의 가치는 국수나 떡보다 더 중요했을 수 있겠다 싶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승소가 국수와 동일시되기 시작했을까.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2008년 K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누들로드」에서 일본 승려 사례를 다루면서 이런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싶다. 그 내용이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 어느새 승소는 국수와 동의어가 된 것으로 보인다. 방송 매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한번 방송을 통해 퍼진 이야기는 검증 없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치 오래된 전통인 양 굳어진다. 그냥 믿고 퍼트리는 것은 쉽지만, 사실인지 조사하고 교정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는 것을 다시 실감한다. 다른 정보도 같다. 특히 최근 IT 관련 정보는 점점 자극적인 주제만 찾아서 한 번만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일단 기사를 내고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에는 언론으로 나온 기사를 바탕으로 재생산하는 잘못된 정보가 또 다른 잘못된 기사를 부르는 악순환이 심해지고 있다. 반면에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는 전문가는 자신의 업무에 너무 바빠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할 여유가 없으니 잘못된 정보지만 흥미로운 가짜 정보가 정확하지만 재미없는 진짜 정보를 밀어내고 있다.

인공지능은 기존 정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짜 정보가 넘쳐나면, 인공지능도 가짜 정보에 오염된다. 그런데, 요즘처럼 "GPT에게 물어보았다"다고 철썩 같이 믿어버리면, 과거에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았다"와 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이런 정보환경에서는 신뢰할만한 전문가의 의견을 찾아 듣는 것이 좋다. 언론에 자주 나와서 세상모든 일에 대해서 말하는 전문가보다는 자신의 일에 집중하다가 가끔씩 나와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설명하는 정말 전문가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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