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샌프란시스코의 여름, 10만 명의 젊은이들이 헤이트 애시버리 거리에 모여들었다. 같은 시기 파리와 베를린에서도 청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의 히피 문화와 유럽의 68 혁명은 기성세대의 권위와 질서였던 물질주의와 소유욕을 거부하며 "나눔"과 "공동체"를 외쳤다. 이들의 정신은 의외의 장소에서 가장 강력하게 꽃 피웠다. 바로 실리콘밸리의 차고와 미국과 유럽의 대학 연구실이었다.
스티브 워즈니악, 스튜어트 브랜드, 리처드 스톨먼은 히피 문화와 68 혁명의 공유 정신을 개발자 커뮤니티에 새겨 넣었다. 1983년 스톨먼이 GNU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그의 선언문에는 히피 공동체와 68세대의 외침이 포함되어 있었다. "소프트웨어는 자유로워야 한다. 지식은 모두의 것이다." 그의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과 카피레프트 이념은 바로 이러한 반문화 운동의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1991년 핀란드의 청년 리누스 토발스가 리눅스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는 이 정신의 적자임을 자처했다. 오픈소스 운동은 그렇게 반문화 운동의 유산을 물려받아 디지털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실험이 되었다.
그러나 GNU 설립 40년이 지난 지금, 계절은 바뀌었다. 1960년대에 스무 살이던 청년들은 이제 여든을 바라본다. 히피 문화와 68 혁명에 영감을 받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헌신했던 개발자들도 쉰 줄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오픈 소스에 필요한 헌신에 대한 동기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초기 오픈소스 관리자들은 일종의 수도승과 같았다. 그들은 밤잠을 줄여가며 코드를 다듬었고, 본업 외의 시간을 쪼개 커뮤니티를 돌보았다. 대가는 명예와 동료들의 존경뿐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히피 문화와 68 혁명이 말하는 "물질을 초월한 가치"가 실제로 작동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 수도승들은 은퇴하거나 지쳐 떠나고 있다. 히피 문화와 68 혁명의 영향력이 덜한 젊은 층은 오픈소스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할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전 세계 인터넷 보안을 뒤흔든 하트블리드 취약점 사태는 충격적인 진실을 드러냈다. 인터넷 암호화의 근간인 OpenSSL을 관리하던 사람은 고작 한 명이었고, 그는 거의 무급으로 일하고 있었다. 2016년 Left-Pad 사건은 더 큰 충격이었다. 겨우 11줄짜리 자바스크립트 패키지 하나가 삭제되면서 수천 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멈춰 섰다. 오픈소스가 유일하게 제공하던 명예마저도 지켜지지 못하는 생태계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반면, 이 오픈소스를 이용해서 만든 상업용 서비스와 제품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시대가 되었다. 오픈소스 생태계는 이 소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임 없는 이익의 원천’ 이상의 가치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인류의 역사를 크게 바꿀 것이라 예상되는 인공지능 혁명 과정에서도 수많은 오픈소스가 이용되지만, 정작 인공지능 선두 주자들은 오픈소스라면서 실제로는 오픈 라이선스 방식을 취하면서 수익 모델을 찾는 것에만 몰두하는 중이다.
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공유 정신만으로 21세기 기술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가? 히피들과 68세대가 꿈꾸던 공동체는 소규모 농장과 수공예 작업장을 전제로 했다. 하지만 21세기 오픈소스 생태계는 무급 자원봉사의 미학으로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었던 것처럼, 사상과 철학에 기대었던 오픈소스 생태계도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
레드햇의 성공은 하나의 해답을 제시했다. 오픈소스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용 지원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한계를 드러냈다. 레드햇이 소스코드 접근을 제한하자 커뮤니티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순수성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긴장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어느 선까지 소스를 공개할 것인지는 수익성의 관점에서 결정되고 있다.
히피 문화와 68 혁명의 유산을 진정으로 계승하려면 역설적으로 그들의 경제적 순진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유 정신의 본질은 "무료"가 아니라 "접근성"이었다. 지식과 기술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누구나 배우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신은 지키되,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경제 구조는 현실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듀얼 라이선스, 오픈 코어, 관리형 서비스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핵심 코드는 공개하되 부가 서비스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정부와 대기업의 공적 기여도 제도화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가 공공재라면 그 유지 비용을 사회가 분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헤이트 애시버리의 여름과 파리의 5월의 생명력은 그 시절을 겪은 사람들과 같이 그 수명을 다하고 있다. 그 시절 기타를 치며 세상을 바꾸겠다던 청년들은 이제 백발이 되어 좋았던 과거를 회상하는 세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이 심은 씨앗, 즉 지식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믿음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다. 다만 그 씨앗이 거목으로 자라려면 물과 거름이 필요하다. 이상만으로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
오픈소스의 다음 장을 쓸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히피 문화와 68 혁명의 정신과 실리콘밸리의 현실 감각을 동시에 갖추는 일이다. 공유하되 굶지 않는 방법, 개방하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히피 세대와 68세대가 물려준 유산을 배반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완성하는 길이다.
아래는 Scott Mckenzie의 San Francisco.(1967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머리에 꽃을 이라는 노래 말로 알려진 히피 문화의 영향이 큰 노래.
Scott Mckenzie - San Francisco (Official HD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