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 일까 발전의 기회일까?
최근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시대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회계, 인사, 고객관리 같은 업무를 하려면 외부 소프트웨어를 구독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생성형 AI가 사람의 지시를 이해해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어주고, 기존 시스템과 연결해 자동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기업이 굳이 외부 소프트웨어를 빌려 쓰지 않아도, 내부에서 AI를 활용해 자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앞으로는 SaaS가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기업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모든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서는 순간,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보안이다. 기업의 내부 데이터는 고객 정보, 재무 자료, 기술 정보 등 민감한 자산으로 가득하다. 이를 AI와 연결해 자동화하려면 권한 관리, 접근 통제, 로그 기록, 감사 체계까지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들면 되는 일이 아니라 기본적인 보안 규정, 전결 규정 등의 내부 규정 정비와 이를 관리 감독 할 수 있는 시스템부터 설계하고 만들어야 하는 새로운 대형 프로젝트가 생기는 일이다.
안정성 역시 큰 과제다. 기업 시스템은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오류가 나거나 데이터가 잘못 처리되면 곧바로 금전적 손실과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AI가 생성한 코드가 항상 완벽하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결국 내부에서 모든 것을 구축하려면 전문 인력과 운영 조직, 지속적인 유지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장기적인 비용 부담을 동반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래서 전면적인 변화 대신, 단계적 단계적인 AI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IT 부서에서 모든 개발을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도전적인 직원이 AI를 활용해 자신의 반복 업무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업무 노하우를 데이터로 남긴 뒤, 성공적으로 검증된 절차만 정식 시스템으로 편입하는 점진적 전환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즉 AI 전환을 개인 업무나 팀 별 업무의 한도 내에서 충분히 테스트 기간을 거친 후 그 실용성과 효율성이 인정되면 IT부서에서 안정적인 코드와 정형화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혁신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SaaS의 역할은 사라지기보다 오히려 확장된다. 과거의 SaaS가 정해진 기능을 제공하는 도구였다면, 앞으로의 SaaS는 기업이 AI로 업무 자동화를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실제 사용하는 업무 자동화 흐름을 흡수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돕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기업 내부에서 AI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면, 어떤 절차가 자주 반복되는지, 어떤 도구가 어떤 순서로 사용되는지 기록이 쌓인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화할 만한 업무를 추천하고, 표준화된 코드로 전환하며, 보안과 감사 체계까지 포함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다. 즉, SaaS로 제공되는 도구에 주피터 노트북(Jupyter Notebook)과 채팅 플랫폼이 포함되고, 직원들이 이를 활용해서 업무를 처리한 내용이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전사적으로 배포할 도구나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확립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SaaS가 확장될 것이다. 즉 기업의 자동화 엔진까지 제공하는 형태다. 이러한 플랫폼을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활용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SaaS 기업들의 제작한 솔루션을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좀 더 일상에 가까운 예를 들면, 인터넷 초기에는 각자 자체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어서 판매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안, 부가 기능, 안정성 등이 보장되는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플랫폼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대신 입점 업체는 판매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더 집중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대신 SaaS를 사용하더라도 핵심 데이터와 의사결정 권한은 내부에 두되, AI 전환에 필요한 운영 인프라와 자동화 관리 체계는 전문 SaaS 기업과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용과 위험을 동시에 줄이면서도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다. 특히 AI 전환이 기업 경영의 화두로 인정되는 현재 분위기에서는 더 바른 AI 전환을 요구하게 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SaaS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SaaS의 종말”이라는 표현은 지나치게 단순한 진단일 수 있다. AI가 소프트웨어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SaaS가 AI를 흡수하며 영역을 확장하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는 점점 자동화되겠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책임 있게 관리하는 플랫폼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다. SaaS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능을 확장하는 기반 인프라로 진화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