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해커톤에서 비개발자가 1위를 한 이유

AI 시대에는 코딩 능력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1등: 법을 아는 사람이 앱을 만들었다

AI 시대에는 코드를 잘 쓰는 사람보다 문제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2026년 초 Anthropic이 주최한 'Built with Opus 4.6' 해커톤에서 1만 3000명의 지원자를 뚫고 선발된 500명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사람은 캘리포니아의 변호사 마이크 브라운 으로 그는 코드를 한 줄도 쓸 줄 모른다. 그가 만든 것은 캘리포니아 주택 허가 심사 앱 'CrossBeam'이었다. 캘리포니아 ADU 허가의 첫 신청 반려율은 90%를 넘는다. 대부분은 공학적 결함이 아니라 서류상 문제다. 허가 지연이 평균 6개월이고, 허가 반려 및 지연으로 인한 비용은 건축주당 3만 달러에 달한다. 브라운은 그 규칙 체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AI에게 건축법을 알려주었고, AI는 허가 기간을 6일로 단축했다.


3등: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만든 플랫폼

3위는 벨기에의 심장전문의 미할 네도슈이트코 였다. 그가 오래 보아온 현실은 환자가 진료실을 나서면서 자신의 진단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퇴원 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진료실 밖에는 많은 환자가 대기하고 있으니 쉽지 않다.

이 문제는 한국도 다르지 않다. 병원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다 보면 의사마다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어떤 의사는 검사 결과를 수치만 읽어주고 끝내고, 어떤 의사는 요령 좋게 핵심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이것은 의학적 실력과는 다른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차이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한 것이, 설명 잘해주는 의사의 병원이 좀 멀어도 찾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환자가 의사를 고르는 기준이 의학 실력만이 아닌 이유다. 네도슈이트코는 브뤼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 중에도, 병원 야간 교대 사이에도 코딩을 해서 7일 만에 결과를 완성했다. 코딩 경험은 전무한 그가 만든 'postvisit.ai'는 진료 기록과 상담 내용을 개인화된 건강 안내로 전환하는 플랫폼이다. 환자가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환자와 항상 만나는 의사인 것이다.


특별상: 도로를 자세히 보는 사람이 사람이 문제를 해결한다.

"Keep Thinking" 특별상은 우간다의 도로 인프라 기술자 키에유네 카지브웨에게 돌아갔다. 그가 만든 TARA는 블랙박스 영상을 도로 인프라 투자 분석 보고서로 바꿔주는 시스템으로, 실제 공사 중인 우간다 도로에서 직접 테스트했다. 블랙박스 영상으로 도로의 파손 상황 등을 확인하고 보고서로 보고하는 과정을 자동화해서 쉽게 도로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고, 수리를 위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돕는 솔루션이다. 이 아이디어를 한국 도로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고속도로 공사 순찰 차량이 도로를 달리면서 노면 손상과 블랙 아이스 구간을 자동으로 식별하고, 수집한 정보를 5G 무선망을 통해 내비게이션 서버나 교통정보 무선 방송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올린다. 뒤따르는 차량들은 이 정보에 바탕한 내비게이션 안내를 통해 위험 구간을 미리 인지하고 속도를 줄일 수 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도로 기술자의 눈과 AI의 처리 속도가 결합하면, 훨씬 더 안전해질 것이다.


무기는 코드가 아니라 맥락이다

코딩이 도구가 된 세계에서 무기는 코드가 아니라 맥락이다. 수십 년의 현장 경험이 쌓은 문제 감각, 어디가 막히고 어디서 시간이 낭비되는지 몸으로 아는 그 감각이 이 시대의 핵심 역량이 됐다. 좋은 코드를 빠르게 생성하는 일은 AI가 점점 잘하고 있다. 반면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그 문제가 현장에서 어떤 모양으로 존재하는지는 AI가 스스로 알 수 없다. 그것은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안다.

우리는 오랫동안 기술이 도메인을 지배하는 구도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이해해 왔다. 개발자가 문제를 전달받아 시스템으로 구현하고, 현장 전문가는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역할에 머물렀다. 그 구도가 뒤집히고 있다. 요구사항을 설명하는 사람이 곧 구현하는 사람이 된다. 통역자가 필요 없는 시대다.

지금 당신이 일하는 현장을 생각해 보라. 어디서 시간이 낭비되는지, 어떤 정보가 항상 늦게 전달되는지, 무엇이 반복적으로 틀리는지. 그것을 오랜 기간 몸으로 겪어온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지금 가장 강력한 위치에 있다. 이번 해커톤 수상자는 전문 개발자가 아니다, 그저 자신이 알고 불편하게 느꼈던 점을 AI에게 설명했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주변에도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이 불편함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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