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여정

발견

아주 오랜만에 글을 써본다.


처음 글을 쓰고 브런치에 올릴 당시엔 아이에 관해서만 썼다. 아픈 아이를 키우다보면 생기는 이런 저런 힘든 일들을 심적으로 덜어내기 위한 도구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냥 좋았다. 어설프지만 그래도 정말로 작가라도 된 거 마냥 설레고 즐거웠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나의 아픈 감정들을 글을 통해서라 치유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를 통해 분명 나는 많은 것들을 깨달았고 배우고 성장하고 있었다. 그건 진실임이 분명했다. 그러함에도 뭔가가 빠진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해졌다.


나의 일상생활은 늘 똑같았다. 아이는 수시로 나를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게 만들며 나를 시험했다. 나는 묵묵히 모든 걸 견디면서도 한가지라도 더 내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게 무엇인지 고심하고 더 내려놔야 하는 게 무엇인지 찾으려 발버둥 쳤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힐링 도구인 글쓰기의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게 되었다. 미숙했지만 그래도 목적의식 있던 글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되었고 제대로 된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부정적인 생각들로 결론 지어버렸다. 그리고 그 어둡고 침참한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떤 것을 깨달아야 하는지 도통 알아차리지 못한 채 안개 속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와 남편, 가족만을 생각하면 살아온 내게 ‘엄마, 아내 등의 역할 속의 내가 정말 전부일까 라는 의구심이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여러 역할들 속에서 진짜 내가 있는 것을까? 분명 나라는 사람이 가족들을 챙기고 관계하며 웃고 있는데 왜 나는 늘 외롭고 공허하기만 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 것이라고 여기며 애정을 쏟았지만 진짜 내 것은 아무것도 없는, 진짜 내가 무얼 원하는지 조차도 모르겠는 그런 혼란의 상태였다.

그런 혼란 속에서도 나는 길을 찾으려 부단히 애썼다.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내 마음과 머리를 가득 채우면 새벽마다 깨기 일쑤였다. 워낙 일평생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자던 내가 잠을 편히 이루지 못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아이와 남편에게 집중됐던 나의 고민과 시간들을 나에게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보며 간섭은 과하나 애정은 없는 남편은 갱년기라며 나의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한순간에 가볍게 일축시켜버렸다. 내가 과거와 달리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들어주지 않는 것도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받아주지 않는 것도 다 갱년기라는 프레임으로 덮어버렸다. 보통 중년의 나이가 되면 이유 모를 고독감을 느끼고 인생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나의 깊은 고민들이 신체 나이의 이유뿐이라고 단정지어버리는 남편의 자기중심적이고 진실을 왜곡시키는 화법은 나에게 더 큰 절망감만 가중되게 만들었다.


그러한 절망감 속에서도 나의 고민과 질문들은 멈춰지지 않았다. 내 안의 안개가 다 걷힌 것은 아니지만 지금 희미하나마 한가지 목표가 생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를 찾아야 한다는 깊고 단단한 물음표가 내 마음속에 생겼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그것은 누군가가 내게 던진 질문도 아니였고 니 인생을 찾으라고 누군가의 쓴 조언을 들은 것도 아니였다. 그저 오랬동안 내가 스스로 가둬버렸던 내 안의 내가 더 이상은 못견디겠다고 소리지르고 있다는 걸 내가 발견했을 뿐이였다.


그랬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데,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였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라는 인생이란 무대에 나는 늘 타인를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들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나는 조연으로 또는 단역으로만 살아왔다는 것을 명백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진짜 나를 찾아서 내 인생이란 무대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올리겠다고 다짐하고 또 그 다짐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기고자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는 어떤 모습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들을 그 여정들을 내딛어보려고 한다. 첫 걸음은 너무나 미약하지만 그래도 힘있게 당차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나라는 사람은 부족하지만 이 여정을 시작하는 지금의 나를 나는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