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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훈 Oct 16. 2024

탈출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들이 있었다. 아들은 어른이 되면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성곽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루는 어머니와 심하게 다툰 날이었다. 아들은 “나 입대 영장 나왔어.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신경 안 써도 될 거야.”라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당황하시며 “정말이냐?”라고 되물었다. 아들은 “보름만 있으면 사라져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며 회심의 한마디를 뱉었다. 부모님과 멀어진다면 지긋한 싸움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아들의 첫 번째 탈출이었다.


     아들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혈기 왕성한 20대 중반의 시기였던 아들은 매일 밤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 어머니는 그런 행동이 못마땅해 아들과 잦은 다툼을 벌였다. 아들은 “나도 이제 성인이고 내가 알아서 살 테니 잔소리 좀 그만해.”라며 언성을 높였다. 아들은 또다시 탈출을 원했다.

    지인의 소개로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 떠났다. 평소에는 지방에서 생활하며 주말에만 상경하면 어머니와의 관계도 개선될 것으로 생각했다. 두 번째 탈출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미국에 있는 누나로부터 전화가 왔다. “미국 안 올래? 여기 와서 공부도 하고 누나가 운영하는 가게도 좀 도와주고. 한번 생각해 보고 결정해.”라며 누나는 제안을 했다. 아들은 부모님으로부터 기나긴 탈출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는 완벽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또 다른 누나의 성곽에 갇히게 되었다. 누나는 남동생을 어머니보다 더 걱정하고 신경을 썼다. 남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싶어 하고, 낯선 이국땅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일어날까 불안해했다. 이번엔 누나와 남동생의 전투가 시작됐다. 누구의 승자도 없는 상처만을 서로에게 남겼다. 남동생은 독립을 위해 누나의 성곽을 떠났다. 세 번째 탈출이었다.


    아들은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성곽에 갇히고 싶지 않았다. 그만의 성곽을 만들기 위해 지반을 다지고 성벽을 세우려 마음먹었다. 완벽한 독립을 위해 긴 시간 동안 홀로 생활 하며 조금씩 자기만의 성벽을 세우고 있었다. 아들은 홀로 성벽을 만들기에 외롭고 힘겨운 삶이었지만 자유를 쟁취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이겨냈다. 몸은 힘들었지만, 긍정적인 사고를 했기에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지만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아들은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지쳐가는 몸과 마음은 또다시 탈출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때마침 아들은 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부모의 성곽으로 돌아갔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온 것이다. 아들이 비어 있던 긴 시간 동안 부모님의 성곽은 노후화되었고 빛바랜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저 있는 그대로 유지하기만을 원했다. 변화를 시도하는 아들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부모님은 의견 충돌로 인해 종종 전쟁을 벌였다. 전쟁이 끝나면 아들은 또다시 탈출을 생각하였다. 아들은 언제까지 탈출만 반복하며 삶을 살아갈지 자신에게 묻곤 한다. 아들 생에 마지막 탈출은 언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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