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독립의 의미

경제적 능력

by young long

젊고 늙고의 기준이 뭘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기준이 되는 생물학적인 나이가 있다. 그것 말고 일상에서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아마도 어려 보인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으면 그건 이미 늙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성숙하다, 의젓하다. 뭐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진다.

성인이 된다는 건 순전히 내 생각으로는 신체적인 면뿐만 아니라 정신적, 경제적 독립의 상태가 성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면을 생각해 보면 세대별로 남성, 여성의 취업 비율이 많이 다르겠지만 여성의 취업률 중에서 60년대생까지는 전업주부의 비율이 제법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 시대엔 불문율처럼 결혼을 하면 많이들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서곤 했다. 나 역시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


예전엔 근무환경이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거의 전무했다. 지나고 보니 그런 시대의 마지막 세대가 되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면도 있다. 아이들을 셋씩이나 낳아 좌충우돌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한 면도 있고 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온전히 함께할 수 있었던 건 아이들을 위해서 더없이 다행한 일이었다는 생각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생기곤 한다. 혹자는 걱정 중에서 돈걱정이 가장 쉬운 걱정이라고도 하지만 실상은 돈걱정을 해결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는 걸 생각하면 말처럼 쉬운 걱정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부부가 살다 보면 이혼도 하게 되고 별별일들이 많다. 우리 엄마 세대에서는 가정을 지켜야 한다. 자녀를 위해서는 이혼은 절대 안 된다.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면서 그야말로 피눈물을 흘려가면서 살아 내신 분들이 많았다. 참을 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유 중에 적잖게 경제적 자립이 어려웠던 게 한몫했을 거라는 생각이다. 경제적 능력이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권을 지키는 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부부의 연을 맺고 자녀를 낳고 사는 부부간에도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력이 필요하다.


인생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참 다양한 맛을 느끼며 산다. 쓴 약은 몸에 좋다는 말도 있기도 하지만 쓴맛은 뭐든 사절하고 싶어 진다. 내 기쁨에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많으면 그건 살만한 인생이다. 그런데 내 기쁨에 가깝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본심을 읽어버리기도 한다. 반면에 내 아픔에 본심을 보는 경우도 있다. 생명과 직결된 병을 앓고 있을 때 돈 걱정을 하는 경우 참 많이 서운하다.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해 내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은 나를 두 번 죽이지 않는다. 내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경제적 능력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는 거다.


아이를 셋 낳아 기르는 딸을 보며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걱정을 사서 하시던 엄마에게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천 원이 있으면 천 원에 맞춰 살고, 만원이 있으면 또 그렇게 맞춰 사니까 걱정 마세요." 이렇게 답하곤 했었다. 지내온 생활이 진짜로 그랬다. 직장 상사께서 대학생이 셋이라고 했더니 "날마다 복권에 당첨돼야 되겠네요."이렇게 농반진반의 말씀을 하셨던 걸 기억하자면 돈걱정이 걱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내 생활 속에서의 아주 일차원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나는 통장의 잔고가 별로 없을 땐 어김없이 뭐가 더 먹고 싶어지곤 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큰아이에게 하는 고정 잔소리가 있다. "있는데 안 먹는 것과 없어서 못 먹는 거는 많이 다르다." 늘 절약하라는 당부를 그렇게 하곤 한다. 스스로 내 병원비도 감당 못하는데 주변에서 내 걱정 보다 돈걱정을 할 경우 정말 서럽다. 다행히 적게라도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병원비 정도의 자립력은 있어서 덜 아팠던 기억이 있었다.


어떤 이가 이민을 갔다가 자신의 기쁨에 함께 기뻐해줄 사람이 없어서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로움' 그것 정말 무서운 거다. 그런데 군중 속의 외로움은 더 외롭다. 내 기쁨에 함께 기뻐할 거라고 기대했던 사람들의 본심을 확인했을 때의 쓸쓸함, 그거 정말 쓴 약보다 더 쓰다. 아플 때 또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돈까지 없는 건 또 다른 재앙을 맛본다. 경제적인 능력은 최소한의 보호막쯤은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경제적 독립, 그거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