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다리

by young long

우리 엄마 언어는 외래어다. 통역사도 번역을 못한다. 매번 예스가 없었다. 번번이 노였다. 옷을 사다 드려도 뭘 이런 걸 샀냐고 하셨고 신발을 사드려도 싫다고 하셨다. 먹는 것도 매번 그러셨다. 그래도 끝에는 낙지 주꾸미 오징어 새우를 청하긴 하셨었다. 자식들 입에 넣으시느라고 당신은 늘 없었던 세월 때문에 있어도 당신을 위해서 풀빵 천 원어치를 못 사드신 우리 엄마.


아이 셋 낳아 기르면서 치킨을 두 마리 시켜도 다섯 식구 먹기엔 다리가 하나 부족했다. 당연하다는 듯 매번 난 가슴살만 먹었다. 아이들 다 키워 놨더니 아팠다. 아프고부터 입고 싶은 옷 비록 백화점이 아니라 온라인으로라도 원껏 사 입고 있다. 뿐만 아니라 먹고 싶은 것도 병원에서 먹지 말라는 것 빼고 일부러 찾아 먹는다. 원풀이하듯이.


다섯 식구가 각자 한집살이를 하는 중인데 어제 한약재가 들어 있는 토종닭 두 마리를 샀다. 주말에 식구 중 누구라도 오면 식구에게 끓여주고 하나는 나 혼자 끓여 먹겠다는 생각으로 두 마리를 샀다. 위염으로 힘들어하다가 양약 한약 먹어도 별 진전이 없어서 양배추에 계란 풀고 치즈 올려서 전 붙여 먹는 게 요즘 집에서 먹는 식사라 백숙을 끓여 먹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다.


아무도 없는데 나 혼자 있는데 제법 통통한 토종닭을 끓이고 있다. 한약 냄새가 섞인 토종닭 익는 향이 온 집안에 가득하다. 나 혼자 있을 때 단호박에 팥을 듬북 넣고 끓여 먹곤 했다. 그건 식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던 거라 혼자서 끓여 먹어도 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오동통한 토종닭이 솥에 가득하니 저걸 혼자 먹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고 낯설다. 식구들 생각이 나고 저걸 나 혼자 먹는다는 게 좀 부담스럽다.


밖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그때마다 아이들 생각이 난다. 그런데 집에서 나 혼자 닭백숙을 먹으려니 또 아이들 생각이 난다. 처음이라 어색하기까지 하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엄마인 나는 또 내 엄마가 생각이 난다. 뭐 대단한 것도 아닌 기껏 닭 한 마리 가지고 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난 당신을 위해 풀빵 천 원어치를 못 사드신 엄마보다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