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버터 달걀노른자로 만든 까르보나라

있었던 것과 사라진 것들

by 지은

오늘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시간은 15:00.


아침 7시에 눈을 뜬 후 그대로 침대에서 8시간을 더 보냈다.

게으른 날에는 꾸덕한 까르보나라 파스타가 먹고 싶다.

냉장고에 우유, 버터, 달걀노른자 있고.. 체다치즈까지 있으니 도전해 보자.

그래 재료가 문제겠냐 무거운 몸뚱이가 문제지.


파스타 면을 따로 삶는 게 번거로워 원팬 파스타를 구상한다.

우선 물 500ml와 우유 250ml를 큰 팬에 담고,

넉넉한 양의 버터 조각과 혼자 먹을 분량의 파스타 면,

양송이와 양파 슬라이스, 마늘 다진 것, 체다 치즈 안 장,

후추 갈갈, 레드페퍼와 소금 톡톡.. 톡 톡팍팍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불의 세기를 약하게 조절하고 꾸덕해질 때까지 저어가며 끓인다.

중간에 물을 200ml쯤 추가했나 보다.


완성된 까르보나라 파스타를 접시에 담아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직접 만들기에는 처음인 '까르보나라' 그리고 '원팬' 파스타인데 얼마나 맛이 좋은지.

게으른 나에게는 사치로 느껴진다.


친구가 한 명 있다.

어릴 적에, "살면서 진정한 친구 하나만 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는 문장이 인상 깊어 종종 말하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가 진정하다고 할 수 있는 친구가 하나 남았다.


그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요즘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없어 가만히 있고만 싶어 어떡하지"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지"


그래도 되나


모든 사람이 입동이 되면 잠들었다가, 입춘에 깨어나면 좋겠다.

나만 겨울잠을 자면 또 나만, 자꾸 나만 늦으니까. 세상 모든 사람이 겨울잠을 잤으면 좋겠다.


35년 인생에서 가장 무료한 시간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