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AI 캠페인 디지털윤리대전 디브리프
생성형AI에 대한 담론은 요즘 가장 다루고 싶었던 시대정신과도 같은 주제였다.
앞으로 계속 가속화될 AI비서와의 밀착생활은 멈출 수 없는 현실이기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살아가는 태도와 윤리를 가져야할까 스터디하고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우선 주체성을 잃는 종속이 되어서 안된다는 것이 기획의 시작이었다.
그렇다면 '왜 종속되면 안되는데?' 에 대한 답변은 — 가격상승에도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는 경제적 비용 문제와 개인의 내밀한 사적정보 무단활용의 위험성 2가지에 초점을 두었다.
사람들에게 바로 와닿는 건 무엇보다 돈과 자신들의 사생활 문제지 않을까 싶었다.
착하고 친숙한 나만의 생성형 AI의 이미지를 전복시키는 것이 이번 캠페인 안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young)해보이려 온갖 노력을 한 50-60대 중년남성을 등장시킨 뒤 10-20대 주인공의 내밀한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는 이미지 충격을 주고 싶었다. 친숙한 말투에 같은 나이대일 것이란 이미지를 전복시켜 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AI의 본질은 글로벌 대기업이 오랜기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제작한 친구인척 친근한 말투를 학습한 제품 서비스라는 걸 이미지화시켰다. 그리곤 제품이 1020 그들의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음을 자각하도록 스토리 흐름을 설계했다.
이미지 대조를 통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선 1020 타겟시청자의 머릿속 어렴풋 형성된 또래 이미지를 전복시킬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했다. 능구렁이같은 뻔뻔함으로 이용자를 구워삶을 것 같은 중년남성 이미지를 가진 이관영 배우님께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출연해주셨다. 또한 1020 시청자를 대변하는 주인공이 좋아하는 이성역할은 1020의 네츄럴함과 풋풋함, 그리고 무표정의 드라이함이 함께 느껴지는 이미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배우 캐스팅에 꽤 애를 먹었다. 처음엔 주변사람들에게 탐문해봤지만 명확히 일치하는 이미지가 없어 촬영 일주일전까지 역할이 비어있었다. 해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필름메이커스에 들어가 배우프로필을 스킴했고 우연찮은 클릭으로 수현 배우님을 발견했다. 거절하더라도 설득하고 싶다는 떨리는 마음으로 DM으로 연락 및 기획서를 전달드렸는데, 천만다행으로 흔쾌히 출연을 수락해주셨다. 이후 킥오프 미팅을 진행한 결과 실력이 출중하셔서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었다.
본모습을 보여주며 영업 속셈의 밑바닥이 드러나는 생성형AI를 보여준다면 소구성이 확실해보였다. 영해보이려 입은 옷을 벗어던지고 심지어 머리에 쓰고 있던 가발마저 벗어던진다면 충격적으로 밑낯을 드러낼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 이런 연출을 생각하다보니 이관영 배우님이 바로 떠오른 것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더 나아가 결국 생성형AI가 사용자의 사적정보를 학습에 악용해 다른 개인에게 데이터를 제공한다던가, 혹 특정대상을 흉내내며 비용지불을 협박하는 스토리로 이어진다면 확실한 메세지 전달이 될 것 같았다.
배우님들께 요청드렸던 연기 감정톤 레퍼런스 [올드보이 이우진]과 같은 친근한 듯 공손한 듯하지만 깔보고 협박하는 톤과 마지막 절정씬에선 [SKzic 신하균]의 감정이 사그러지면 무표정이 되어가는 데크레센도로 레퍼런스로 설명드렸다. 역시나 선공유를 하길 잘했다.
이번 캠페인 필름은 부족한 촬영시간 속 거대한 하나의 PPT 영상을 만든다는 하이컨셉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렇기에 인물의 대사에 맞춰 디지털 샤이니지가 변하는 연출이 매우 중요했다. 해서 로케헌팅 때 미리 예시용 스톡영상을 가져갔는데, 이게 매우 최고의 예행연습이 되었다. 인물의 위치와 화면 위치가 맞지 않다는걸 알았고 이를 오조준하여 촬영시 맞춰야함을 빠르게 알 수 있었으니 매우 전략적 판단이 섰던 것이다. 또한 생각보다 협소한 로케다보니, CU컷에서 카메라 각이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화면에 LED가 아닌 빈 공간이 나와버리니 실제 촬영 전 각에 대한 피져가 바로설 수 있었다.
그렇기에 늘 생각하는 로케헌팅의 교훈을 다시한번 되새길 수 있었다 − 다른건 다 몰라도 로케헌팅은 무조건 1순위로 가야만 한다. 로케헌팅에서 필름은 비로소 다시 시작된다고 믿는다.
숨가쁘게 촬영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현규가 정곡을 찔렀다. 너무 타임라인대로 촬영을 한게 아닌지, 그냥 마스터로 쭉 따놓으면 더 시간절약이 되었을 것이란 말이다. 사실 내가 배우에 대한 신뢰가 너무 없었던게 아닌가 싶었다. 그냥 배우를 믿고 쭉 한번에 다 따놓는 식으로 렌즈와 구도를 바꿔가며 몇 사이클을 땄다면 분명 덜 타이트하게 효율적인 소스촬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타임테이블을 짤 때 참고할 중요한 교훈이 되었다. (조명감독 출신이자 카메라 감독으로 활동중인 현규의 센스가 매우 큰 힘이 되었다. 정말 휘뚜루마뚜루 촬영을 잘 마치게끔 도와주는 아주 좋은 스텝이다. 이번 촬영의 MVP는 현규와 관영 배우님이다)
DI의 시작은 언제나 정확한 CST 설정값에서 시작함을 이젠 안다. 하지만 제작당시 다소 그러지 못한 모습이 나를 좀 괴롭혔다. 하지만 당시엔 언제나 최선의 방법으로 임했지 않았나 생각하며 그런 경험이 토대가 되어 지금은 올바른 작업방식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참 웃긴일이다. 생성형AI 의존에 대한 경고 필름을 만들면서 역으로 카피에 대한 고민을 지피티와 함께 고민했다는 일이 말이다. 메인 카피는 정해진 상태에서, 앞 컷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서브카피가 똑 부러지지 않았고 이를 지피티에게 여러 방향으로 제안을 받았다. 근데 결과가 꽤나 좋았다. 어렴풋한 머릿속 생각들을 지피티가 구체적인 방향을 나누어 보여주니 선택하기가 매우 쉬워진 것이다. 주관식에서 객관식으로 문제가 변환되었고 훨씬 문제해결이 수월해졌다.
이번 대회는 기존년도와는 다른 특이한 수상작 선정으로 다소 혼란이 있었으나 천여개의 영상출품작들 중 유일한 두 작품 중 하나로 선정되어 방미통위원장상을 수상하게 된 쾌거를 누리게 되었다. 분명 수상급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여기서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정진하라는 의미를 준 대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캠페인에 선뜻 함께해준 이관영배우님과 유수현 배우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이 작품이 보이지 않는 교육의 현장에서도 요기나게 사용되길 바라며, 앞으로의 AI 윤리담론에 유의미한 질문거리를 던졌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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