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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Oct 15. 2023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를 잡았다.

무기력의 늪에 빠진 삶을 꺼내주는 건, 결국 시

나태의 늪에 빠졌다.

15살 이후로 처음 느껴본 안정은 마치 늪처럼 빠져나오기 힘들다.


10대부터 20대까지,

10년 넘게 경주을 위한 목줄이 채워진 삶을 살았다.

달리고 돌아와 누우면, 다음 시합에 나갈 준비로 내일을 맞이했다.

그렇기에 어느날 보상처럼 주어진 안정은 익숙하지 않다.


어떻게 즐기는 건지,

어떻게 사용해야 되는지,

차츰 알아가며 동시에 방치되고 있다.

생각의 이동, 가치의 전환

모든 것들의 변화로 머리가 아파 결국 널부러졌다.


삶이 지루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요즘.

무의미한 지루의 나태가 영원할 것 같아 두려웠다.

그래서 몸도, 마음도 돌보기를 기피했다.

목표의식과 목적이 사라진 페허의 껍데기만 덩그러니 방치됐다.


그래,
요즘 시를 읽지 않았구나.
혹시 이번에도 무언갈 얻어갈 수 있을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를 잡았다.

최대한 마주했다.

다양한 감정과 잊고 있던 감각들.


무수한 인생의 한줄들

그 사이서 바람을 느꼈다.

원하던 숨결의 바람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감옥에서 쓴 시 (나짐 히크메트)-

 

몸이 망가지고 얼이 빠진 지금이

가장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스스로 돈을 벌며
무언가에 쫓기지 않는 생활,
풀린 족쇄, 서슬퍼런 사슬자국의 촉감.

잔잔한 태평양 수면 위로 돛을 펼친 한 척.
항구를 향해 나가가야 할까,

정처 없이 쉼을 찾기 보다
파도의 숨결
닻의 악력
태양과 바다의 사랑, 윤슬의 아름다움이 허기지다.

금게 물든 물보라를 힘껏 맞이하고 싶은 지금
거센 파도 위로 흠뻑 젖고 싶다.

- 끊어진 닻, 펼친 돛 (무궁무진화) -


출근하던 3호선 지하철 안에서 한편의 글이 나왔다.

그리곤 그날의 아침해와 한강의 윤슬은 유난히 아름답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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