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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궁무진화 Oct 20. 2024

가짜여도 괜찮아,
진짜가 된 홍제폭포처럼 말이야

서대문 홍제폭포에서 발견한 연출론과 플랫폼 전략


인공폭포는 사실 가치가 없다.

자연도 아닌, 인위적으로 조성한 폭포는

결국 시단체에서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수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 생각했다.


어딘가 플라스틱 재질처럼 보이는 돌 한구석, 어색하게 뿜어져 나오는 상단 물줄기


달리는 옆으로 흘겨보고도 느껴지는 가짜에게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바쁜 나날이 흘러 어느덧 몸속 작은 암세포들이 피어날 때쯤,


잠시 여유를 갖고 싶은 때쯤, 서울시 알림톡이 홍제폭포 팸플릿을 툭 들이밀었다.


'우리 가짜를 구경하러 오세요'


그런데 웃기게도, 나는 이 가짜가 얼마나 변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

.

.

1년 만에 조우한 인공폭포는 꽤나, 융성하게 변했다.

야외 도서관과 아이들 놀이터, 소파와 의자들, 카페, 어떤 경제적 지불 없이도 누구나 앉아서 글을 쓸 수 있는 테이블에, 뛰어다니는 사람들, 가족과 연인들 모두 이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웃음소리, 대화소리, 아이들 외마디 그리고 그 모든 소리 기저에 깔린 폭포의 떨어지는 소리.

사실 그 소리에 온 마음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착각, 어디 자연에 놀러 온 쉬러 온 느낌의 착각이 들고야 만다.

착각에 빠진 찰나, 고개를 들어 폭포를 바라보니 플라스틱 재질의 돌은 그저

물때가 낀 바위였음을 깨닫고야 만다.


홍제폭포는 하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폭포란 태생엔 변함이 없다.

웃기지 않은가, 사람을 모으기 위해 폭포를 사람이 만든다니.

그런 얄팍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인공자재물들은 환경만 파괴하고 결국 유야무야 사라지는 선례들을 인류의 역사 속에서, 아니 지금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보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 인공폭포는 모든 미움을 넘어 마음속을 잠식한다.

귀를 타고 흐르는 폭포는 마침내 눈을 들어 떨어지는 물속으로 마음을 적시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휴양림에서 쉬고 있는 착각에 빠진다. 

착각에 빠진 나는 이제 홍제폭포를 만든 목적과 존재를 이해하려 노력하기 시작한다.


사실 자연폭포도 결국 자연을 이루는 여러 생물체들과 환경에 의해 최적의 위치에서 '만들어지는' 장소인데, 홍제폭포 또한 필요한 곳에 여럿 생명체들에 의해 만들어진 점에서 자연폭포와 다를 점은 크게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의 시간이 모여 사진과 영상, 콘텐츠로 확장되고,

나아가 그들이 돈을 쓰게 만드는 홍제폭포의 장소성과 사업성을 보자면 너무나도 명백한 '연출'의 성공이다.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시간이 묶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단연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파는 사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나아가 B2C로 수익창출을 하는 모든 이들이 잊지 말아야 할 No.1 지향점임을 상기시킨다.


그런 점에서 홍제폭포는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인생의 쉼표 속에서 처음엔 여유를,

나아가 업의 본질을 일깨워준 '득음'의 장소로 흐른다.

그래서 날이 더 추워지기 전 이 홍제폭포를 꽤 찾아올 것 같은데,

분명 이 폭포사업을 기획한 담당자가 나를 본다면 매우 뿌듯해할 것 같다.


배가 아픈가요?
까스활명수를 마시는 남자가 물었다

- 마음이 아파요

활명수는 그런 용도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듣질 않았다

집에다 박스째 사다 놓는다는 남자는
매일 까스활명수를 마신다 한다

여기저기 아프고 근심이 많은 그가
어딘가에 자신을 건다는 것
마음을 기댄다는 것

그래서 아픈 구석이 사라질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진실이 아니어도 된다

- 약효 (문정숙) -
홍제폭포는 밤에 봐도 장관인데, 이제야 영화 <광해>의 명대사를 이해할 것만 같다 - '당신에겐 가짜일지 모르나 나에겐 이것이 진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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