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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분...

Sungsimdang Cultural Center is...

by 연필로쓴다

처서가 지나 계절이 지나고 있다. 아침 출근길엔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 가고 선선한 느낌의 바람이 부는 게 느껴진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들 재우고 나서야 지친 몸에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씻고 몸이 녹녹해지면 차가운 맥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무엇을 위해서 지난여름 밤들은 그렇게도 뜨거웠을까?' 자문해 본다. 대답 없이 불멍영상을 보며 잔나비 노래를 듣고 맥주 한 잔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머그컵은 열정을 가득 담아 누군가에게 영감을 후후 불어넣어 주는 것을 너무 좋아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이가 나가고 깨져버리니 새하얗게 다 타버린 모닥불처럼 볼품없게 되었다. 머그컵은 그래도 또다시 찾아올 누군가를 위해서 작고 예쁜 화분이 되기로 했다.


머그컵의 바닥엔 서러운 눈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내릴 수 있게 구멍을 뚫어주고 텅 빈 가슴에는 흙을 꾹꾹 눌러 단단하게 채워준다. 상처받은 머그컵이 외롭지 않게 작고 귀여운 모종 친구들을 심어 주고 정성껏 물도 준다. 깨져서 버려질뻔한 머그컵이 제법 그럴듯한 화분이 되었다. 성심당 문화원은 깨지고 볼품 없어진 머그컵에 새로운 생명력을 후후 불어넣었다.


‘Sungsimdang Cultural Center is a place to make culture.’


나도 깨져서 못쓰게 된 머그컵 하나 얻어다가 방에 햇볕 잘 드는 곳에 머그컵 화분 하나 만들어 놓아야겠다. 마음속 연료가 다 타버려 뜨거운 열정이 식어버리면 따스한 햇볕을 머금고 있던 머그컵 화분이 다시금 힘을 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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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져버린 마음엔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 담을 수 없어
버려진 나는
떠나가는 그대 바라보면
서러운 눈물이 흐르고
또다시 찾아올 누군갈 위해
텅 빈 마음에 흙을 채워 본다.
너의 입술이 떠난 자리에
너의 눈이 닿으면
작고 예쁜 꽃 다시 피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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