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걸어간다는 건

– 도심 속 산호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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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늘 바쁘다.


수많은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가고,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걸어간다.

빌딩은 높고, 길은 넓으며, 시간은 쏜살같다.

그런 도시에서 우리는 종종 잊는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과 함께 살아가는지를.

창원 마산회원구의 한복판에도 그렇게 도시에 묻힌 하천이 하나 있었다.


이름은 산호천.

지도에나 작게 표시되어 있을 법한 이 하천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작은 물줄기가 우리 마을의 ‘학교’가 되었다.

이름하여 ‘산호천 생태학교’.

맨발로 걷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돌을 들추며 찾는 물속 생명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우리 어른들의 눈빛.

처음엔 낯설고 조심스러웠지만, 어느새 우리 모두에게 산호천은 하나의 교실이자 쉼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마주했다.

자연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곁에 있다는 것.

도심 속 자연.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시멘트로 둘러싸인 도시에 자연을 어떻게 심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산호천은 조용히 말해주었다.

자연은 혼자 있어야 자연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할 때 살아 있는 자연이 된다고.

산호천에 수달이 돌아왔다.

언젠가 아이들과 하천가를 걷던 중이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선선하고, 햇살은 부드러웠다.

아이 하나가 갑자기 외쳤다.

“선생님, 저기! 뭔가 움직여요!”

눈을 따라간 곳에, 갈색 털을 가진 긴 몸의 동물이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고 있었다.

멸종위기종, 수달.

그 순간 모든 아이들이 숨을 죽였다.

이내 조용한 감탄과 환호성이 번졌다.

도심의 한복판, 우리가 돌보던 작은 하천에 진짜 수달이 찾아온 것이다.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수달이 물속으로 사라지고 난 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우리가 지킨 거예요. 수달이 알아봐 준 거예요.”

그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다.

그건 자연과 인간이 다시 연결되었다는 증거였다.

도시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불완전한 공간이다.

길이 아무리 잘 닦여 있어도, 나무 한 그루가 없으면 숨이 막힌다.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모여도, 자연이 없으면 마음이 메마르기 쉽다.

우리는 자연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연 없이는 도시도, 사람도 살아갈 수 없다는 인식이다.

산호천을 따라 걷는 맨 발길은 단순한 체험이 아니다.

그건 도시와 자연이 대화하는 통로다.

땅의 온도, 풀잎의 촉감, 물살의 소리.

그 모든 것들은 우리에게 속삭인다.

“나는 너와 함께 살아간다”라고.

생태학교를 운영하면서 나는 도시를 다시 보게 되었다.


빌딩 사이의 나무 한 그루, 인도 옆 작은 꽃밭, 하천을 따라 걷는 길.

이 모든 것이 도시에 자연이 머물 수 있게 만든다.

그리고 자연이 머무는 곳엔 사람도 오래 머물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사람은 사람만으로는 살 수 없다.

자연 역시 사람과 분리된 채로는 온전히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한다.

산호천이, 그 맑은 흐름으로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수달은 산호천에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도 다시 자연에 돌아갔다.

도심 한가운데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생명의 감각이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아이들은 물속을 바라보며 호기심을 키우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안심한다.

이 작은 하천은 이제 우리 마을의 심장이다.

숨을 쉬게 하고, 마음을 흐르게 하는 곳.


산호천은 흐르고 있다.

도시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길을, 조용하지만 끈질기게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