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나른한 건 게으른 게 아니다

by 나른한 뱃살


고양이 집사 생활이

사반세기가 지났다.

시간이 쌓여 세월이 되면

어떤 것은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어떤 것은 의식도 안 되는 나의 일부가 되어

그냥 그런 보통의 일상이 된다.


이상한 것이

일상의 것이 된다는 건

내가 변했음을 뜻한다.

이상한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니게 되었으니 말이다.


언제까지일까?

세월의 두께 아래 기억도 오리무중 감춰졌지만

제법 오랜 동안 내게

냥이들의 나른함은

이상한 것이었다.


그저 녀석들의 특성일뿐

내가 그럴 일은 아니라고 여겼다.

나른한 건

게으른 것이었으니까


특정 목적을 향해

미래로 내달리다 보면

부지런과 나태, 효율과 비효율의

잣대가 채찍이 되어

달리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한다.


목적 없는 시간 속에서

미래에 현재를 저당잡히지 않는

냥이들의 무심함과 한가함은

나른함으로 이어진다.


때로 내가 좇던 목적과 목표가

허망한 신기루처럼 흩어질 때

심드렁한 녀석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보이던지…


지금 내게

나른한 건

게으른 게 아니다.

우리 딸구들과의 세월이 쌓아준

일상의 모습이다.


거창한 목적을

내려놓는 순간

지금

여기에

그리고 내게 주어진 이들과 것들에

채근할 게 줄어든다.


그렇게

한가해진다.

느려진다.

그래서

나른해진다.

편안해진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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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의 첫 번째 브런치북

<고양이 발자국엔 소리가 없다>의

마침표를 찍을 때가 왔습니다.


우리 딸구네의 다음 이야기는

새로운 브런치북에서 이어 가고자 합니다.


작은 글을 소중히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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