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고양이 발자국엔 소리가 없다

by 나른한 뱃살

고양이는 요물이다.

여러모로~


울 딸랑이는

고양이계의 비글답게 늘 분주히 움직인다.

지가 무슨 세렝게티의 라이언 킹이라도 되는 양

우리 부부와 동생 딸자매 사이를

의기양양하게 어슬렁거리곤 한다.

엉덩이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실룩거리며

걷는 뒷모습을 보노라면

가서 콱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그런데 어느날 소파에 누워 있다가

재밌는 발견을 했다.


이리저리 놀 게 없나 돌아다니는 딸랑이를

무심코 지켜보는데…

어라? 녀석 소리가 없네?


딸구들이 신나서 우다다 거릴 때나

씽크대나 탁자 같이 높은 데서 뛰어내릴 때를 제외하고

보통으로 걸어다닐 때는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무빙> 드라마 속 주인공 봉석이처럼

발이 살짝 지면에서 뜨는 건가?

그런데 이건 아닌 걸로 확인되었다.

내가 샤워하고 나온 뒤 그 안에 들어갔다 나온

녀석들의 발자국이 바닥에 선명히 찍히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기 때문이다.


아니면 발바닥에 스폰지라도 있나?

음, 두툼하고 제법 말랑한

녀석들의 발바닥이

그런 역할을 하나 보지?


어쨌든 발자국은 있지만

소리가 없는 녀석들이라니~

ㅎㅎㅎ


냉장고 위에서 뻗으신 딸랑님의 발바닥




살다 보면 시끄러운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모두가 있는 곳이지만

혼자만 있는 듯이 언성을 높이고

좌우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그간 족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떠벌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저 멀리서도

그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다.


한편으론 감사하기도 하다.

요란한 그 소리 덕분에 미리 피해갈 준비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떨 때 나한테 다가오는 줄도 모르게

내 겨드랑이 품으로 내 목덜미로

숨어들어오는 딸구들이 너무 좋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온 날이면 더욱 더 그렇다.

녀석들의 다가옴은 조용하지만

나에게 남는 녀석들의 발자욱은 진하고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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