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나른한 뱃살과 나른한 햇살

by 나른한 뱃살


햇살과 니른함은

틀림없이 고양이의 것이다.

햇살 아래 냥이는 진리고

녀석들의 나른함은 나를 사랑에 빠지게 한디.


30대에 딸기, 딸꾹이를 만났을 때

녀석들의 나른함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바쁜 세상에서 저리 한가로울까?

복에 겨운 탓이라고 생각했다.

음… 너희가 집사를 잘 만났어.


세월이 쌓여 40이 되고 50줄에 접어들며

나도 변하고 우리집 냥이도 바뀌었다.

이제는 딸랑이, 딸콩이, 딸님이가

딸기, 딸꾹이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내 자신과 내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면

여전히 우리집 곳곳에서

냥이들이 나른함을

흘리고 다닌다는 점이다.


30대에 만난 녀석들의 나른함과

50대에 마주하는 녀석들의 나른함은

같은 나른함이지만

다른 나른함이 되었다.


50대의 나는

젊은 시절 날렵했던 나에게선 상상할 수 없던

수북한 뱃살에 훨씬 관대해졌다.

누군가는 게으른 탓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난 나의 나른한 뱃살에 제법 만족한다.


우리집에서 뱃살하면

예전에는 딸꾹이었는데

지금은 딸콩이다.


나른한 햇살 아래

뱃살을 제 맘대로 까제끼고 드러누운

딸콩이는 천하태평이다.


천하를 태평케 하는 데에는

나른한 뱃살과

나른한 햇살만으로도

충분한가 보다.


나른한 햇살 아래 나른한 뱃살 뽐내며 누우신 딸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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