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중간중간 칸막이를 설치해 두는 게 좋다. 마음에 파도가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대지 못하도록 말이다. 석유나 우유를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 트럭에는 칸막이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차가 흔들리며 거대한 파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칸칸이 구분을 해둔다. 마음에도 그런 장치가 있어야 한다.
회사에서 일어난 일은 회사라는 칸막이 안에서만 나를 흔들 수 있다. 집과 같은 개인적인 영역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집에서 일어난 일은 오직 거기서만 영향을 준다. 회사나 다른 활동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한다. 그래, 말처럼 쉽지 않으니 글로 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마인드는 바로 ‘그건 거기서 고민하지 뭐’ 혹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정도가 될 것이다. 가급적이면 회사에 대한 고민은 집에서 하지 않는다. 예전에 해봤는데 그게 다 의미가 없었다. 나에게 건설적이고 발전을 도모하는 고민이라기보다는 그때그때 발생하고 처리해야 하는 미미한 과제였다. 무릇 고민이라 함은, 내가 오래도록 붙잡고 풀어야 하는 진정한 숙제라는 것은 내 삶이라는 이 크고 중요한 숲을 설계하고 거기에 맞게 설치하는 도시계획과 같은 수준의 큰 개념이어야 한다. 회사는 그중에 아주 작은 영역일 뿐 내 삶 전체를 쥐고 흔드는 정도는 아니다.
회사 가서 혹은 회사 가는 동안 잠깐 생각해도 충분하다. 내 회사도 아니잖아. 내 것에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고민하고 집중한다. 나도 해봤는데 회사일이라는 게 아무리 머리 안에 넣고 흔들어 봤자 결국 비슷한 결론이 나오고 억수로 잘해본 들 ’언젠가 잘리고 회사는 망하고 우리는 죽는다‘(유튜버이자 작가인 이동수 님의 유명한 어록이자 책 제목)
마음 구간 분리술의 핵심은 칸막이를 자주 떠올리는 것이다. 마음에 동요가 온다. 거대한 파도가 나를 휘젓고 돌아다닌다. 그러면 나는 얼른 칸막이를 떠올리고 파도를 한 칸에 잠근다. 그 안에서만 휘몰아치게 하고 나머지는 빈칸으로 둔다. 빈칸이 생겼으면 나의 또 다른 것으로 차근차근 채우기 시작한다. 동요가 올 때마다 수시로 칸막이를 생각한다. ‘맞아 내 마음은 칸막이가 있는 탱크로리였지‘ 하면서 파도를 가둔다.
이 모든 걸 바로 상상으로 한다. 사람은 마음먹기 달렸고 마음은 상상력으로 먹을 수 있다. 왜 인간에게 상상력이 있을까 잘 한번 생각해 보자.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칸막이를 인식하고 파도를 잠그는 동안 상상을 할 수 있는 시간. 그 시간만 확보할 수 있고 상상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탱크로리가 될 수 있다.
별거 아닌 일인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나는 지금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일만 생각난다. 글쓰기를 잠시 멈추고 눈을 감는다. 신경 쓰이는 일을 칸에 잠그고 나머지 공백을 떠올린 후에 글쓰기를 어떤 소재로 채울지 생각한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칸막이를 소재로 써야겠다.
그래서 여기까지 잘 써냈다.
이런식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