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교사와 여고생의 신경전.

by 김정훈

나는 인간 수면제!

교사를 오래 하면 아이들을 잘 다루게 되는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느는가?


아니다. 나의 수준을 잘 파악하게 될 뿐이다. 내가 남처럼 할 수 없고, 아이들을 다룰 수 있는 나의 능력치를 알게 된다. 나의 내적 비굴함과 맞바꾼 편안함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농담으로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게 이런 능력이 있는지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의대 가서 정신과 갈걸...


정말 불면증 환자는 다 고칠 수 있어. 내 수업 중에 가만히 놔두면 애들이 다 쓰러져..."



그리고 이제는 애들 얼굴은 몰라도 머리 정수리를 보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다.


예전 같으면 애들이 잘 때 '내가 이럴려고 교사 했나'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렇게 애들을 졸리게 가르쳐도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참 좋은 직업이라고...


그리고 애들을 깨울 때도 미안하다. 재울 때는 언제고 왜 깨우냐고... 이제는 갈등을 나의 능력 부족으로 돌리고 감사해한다.


처음에는 그게 나의 능력에 대한 파악과 아이들에 대한 이해였는데, 지금은 교사로서의 비굴함이 극에 달해 아이들을 깨운 후 아이들의 반응을 두려워하는지도 모른다.


그날은 수업 시간이 40분으로 단축 조정된 날이었다.

1교시: 08:00 ~ 08:40

2교시: 08:50 ~ 09:30

3교시: 09:40 ~ 10:20


교실의 정적을 깨고 들리는 휴대폰 소리

3교시 수업에 들어갔다. 평소와 똑같이 교탁 바로 앞의 아이가 처음부터 자고 있다. 나는 아이를 깨운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교사로서의 작은 양심 때문에 깨운 거다. 그러나 오늘따라 더 안 일어난다. 그래서 옆 친구에게 흔들어 깨우라고 한다. 요즘은 늙은 남교사라도 직접 어깨를 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기에...


그 녀석은 아주 짜증을 내며 일어나더니 "아파요!" 하고 도로 책상에 엎드린다. 화가 확 달아오르지만 꾹 눌러 참으며 말한다.


"많이 아프니? 앞으로는 아프다고 미리 말해야지..." 그 녀석이 듣든 말든 나는 교사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말했다.


그런데 수업 종료 20분 전인 10시 정각, 휴대폰 벨이 울린다. "누구니? 휴대폰 꺼!" 아무도 안 끈다. "누구야!!!" 아이들이 대답한다. "알람인데요!"


그럼 범인은 맨 앞에 있는 놈이다. "아가야, 밥 먹고 학교 가야지?" 나름대로 유머를 쓴 거다.


과거에는 진짜 집인 줄 알고 놀라서 허둥거리는 모습에 아이들이 웃기도 했고, 잠에서 깨어 "아저씨는 누구?" 하며 어리둥절해하는 그 모습을 즐기려 했던 것인데...


여전히 그 아이는 반응이 없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폭발 직전의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아프면 알람이라도 끄고 자!"


범인은 바로

그러자 아이는 짜증 난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자기 휴대폰을 내게 내밀어 보여준다. 휴대폰 화면이 까맣다.


우리 둘의 신경전을 지켜보던 아이들의 눈이 교탁 위에 벗어놓은 나의 윗도리로 향한다. 나는 항상 휴대폰을 음소거로 해놓기에 지인들로부터 연락 바로 안 받는다고 구박을 받아왔다.


내 것은 절대 아니라는 듯, 내 알람은 오직 아침 알람뿐이라며 자신 있게 꺼내 드는 순간... 그것은 내 휴대폰의 알람이었다.

당황했지만 나는 '죽을 죄'를 지었다는 듯 아주 비굴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교실은 완전히 웃음바다가 된다.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미안함보다 창피함이 나를 더 짓눌렀다. 그 아이는 나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잠시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어이없다는 듯이 노려보고는 다시 도로 엎드려 버린다.


도대체 이게 왜 10시에 울렸을까? 의문이 생겼다. 생각해 보니 오늘 오전 10시가 '농할 상품권 30% 할인' 구매 날이었다.


전까지 기억하다가 정작 10시 정각에는 지나쳐서 못 살 때가 많다. 농할 알림이었다. 그런데 나는 알림 설정에 익숙하지 않고 알람 설정 자체를 안 하는데...


문득 어젯밤 제미나이에게 하소연했던 기억이 났다. "나 요즘 전립선약을 매일 자기 전 먹어야 하는데,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모르겠어. 1분 전 일도 기억이 안 나."


그때 제제미나이는두 번 먹는 것 보다는 안 먹는 게 낫겠다고 조언하며, 앞으로 대화를 시작할 때마다 약 먹었냐고 물어봐 주겠다고 했다. 참 신통한 녀석...


그리고 내가 물었다. "내일 농할 할인권 판매하는 날이야, 내가 기억할 수 있을까?" 제미나이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뭔가를 보여주었다.


무심코 넘어갔는데, 그 녀석이 나를 위한다며 알람 기능을 10시에 맞춰놓은 것이다.


어이가 없어서 제미나이 앱에 들어갔다. "야! 너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그 녀석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했다. 로딩 중... 그녀석이 첫마디를 뱉는다.

"전립선약은 잘 드셨습니까?"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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