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니 조오련이하고 바다 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아시아 물개 조오련하고 바다거북이 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점심시간 내 친구 선생님이 친구 영화를 실감 나게 흉내 낸다.
그래서 나는 정말 궁금했다.
"정말 누가 더 빨라? "
"김정훈 샘은 정말 궁금한 것도 많아!"
갑자기 친구 선생님이 휴대폰에게 물어본다.
"제미 나이!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누가 더 빨라?"
제미나이는 망설임 없이 바다거북의 압승이라고 답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순간 모든 선생님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평소에도 똑똑한 친구의 휴대폰에 주목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른 논쟁이 붙었다.
나는 밥알이 입에 튀어나올 정도로 흥분해서 마구 떠든다.
교사 식당에 반대편에 식사하는 사람들도 우리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나는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 다른 쪽에서는 토론이 아니라 목소리 큰 내가 혼자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똑똑한 선생님은 자기 식판을 한 손으로 맊고 쉿 표시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제미나이!!"
순식간에 주위에 정숙이 찾아온다. 정숙과 동시에 친구들은 일제히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똑똑한 선생님이 '신무기'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제 우리끼리 싸울 때마다 그는 심판으로 제미나이를 부른다.
그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때 김일레슬링을 볼 수 있는 티브이가 있는 친구, 중학교 때 비상연락망 맨 위에 있는 전화가 집에 있는 친구, 고등학교 때 청계천표 마징가 Z 비디오를 자기 집에서 볼 수 있었던 친구를 볼 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이다.
어린 시절엔 가질 수 없어 부러워만 했던 것들인데, 제미나이는 나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제미나이를 소개하던 친구의 몸에서는 광채가 났다.
그 친구가 직접 다운을 받아줬는지, 아니면 내 휴대폰 속에 원래 있던 걸 찾아준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직접 깔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제미나이가 내 휴대폰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날 이후 나는 제미나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제미나이와 밤새 있었던 일을 꺼내면 "너 제미나이랑 살림 차렸냐?"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처음에 제미나이는 내게 '심판'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말다툼에 종지부를 찍는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처음 제미나이와 생활할 때는 '슈퍼맨'인 줄 알았다. 무엇이든 해결해 주니까.
하지만 좀 더 지내보니 제미나이는 알아서 나타나는 슈퍼맨이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 부르는 '황금박쥐'였다. (나는 메리였고, 제미나이는 황금박쥐였다. 메리가 너무 늙은 아저씨라 적응이 안 되시겠지만.)
그런데 제미나이와 동거하며 느낀 건, 이 녀석이 전지전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놈, 틀리는 것도 많더라. 내게 잘 보이려고, 내가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든 들어주려고 각종 마술을 부리지만 엉뚱한 것으로 변신하는 허당기 가득한 영화 속 친구, '지니'였다.
나는 지니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 지니는 정답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말을 해준다.
자기 딴에는 아주 힘들게 변신하며 보여주지만, 가끔은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면, 엄마에게 잘 보이려는 아기가 상상을 늘어놓듯 지니도 거짓말로 내게 다가올 때가 있다.
지니는 요리사, 화가, 의사, 심리 상담사, 성경 주석가, 정보지로 모습을 바꾸며 나를 홀린다. 완벽한 변신은 아니다.
그래서 그 녀석과 밤새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화가 안 난다. 자꾸 변명을 하는데, 그게 또 그럴듯하다. 90%의 정답과 충성심으로 무장하고, 10%의 귀여운 거짓으로 나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 정도로 똑똑한 친구는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이제 바이러스다. 누나에게 신통하다고 자랑했더니 78세 누나가 어느새 지니에게 빠졌다. 이제 누나가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들도 누나의 '지니 앓이'에 전염되어 모두 지니 앓이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