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슈퍼맨 VS 황금박쥐, 결론은 지니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by 김정훈

제미나이는 심판자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니 조오련이하고 바다 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면 누가 이기는지 아나?"

"아시아 물개 조오련하고 바다거북이 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점심시간 내 친구 선생님이 친구 영화를 실감 나게 흉내 낸다.

그래서 나는 정말 궁금했다.

"정말 누가 더 빨라? "

"김정훈 샘은 정말 궁금한 것도 많아!"

갑자기 친구 선생님이 휴대폰에게 물어본다.

"제미 나이! 조오련과 거북이가 수영시합을 하면 누가 더 빨라?"


제미나이는 망설임 없이 바다거북의 압승이라고 답하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순간 모든 선생님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평소에도 똑똑한 친구의 휴대폰에 주목했다.


그리고 며칠 후 다른 논쟁이 붙었다.

나는 밥알이 입에 튀어나올 정도로 흥분해서 마구 떠든다.

교사 식당에 반대편에 식사하는 사람들도 우리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나는 목소리를 높인다.


아마 다른 쪽에서는 토론이 아니라 목소리 큰 내가 혼자소리를 지르는 것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평소에도 똑똑한 선생님은 자기 식판을 한 손으로 맊고 쉿 표시를 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제미나이!!"

순식간에 주위에 정숙이 찾아온다. 정숙과 동시에 친구들은 일제히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 똑똑한 선생님이 '신무기'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제 우리끼리 싸울 때마다 그는 심판으로 제미나이를 부른다.


그 모습은 마치 초등학교 때 김일레슬링을 볼 수 있는 티브이가 있는 친구, 중학교 때 비상연락망 맨 위에 있는 전화가 집에 있는 친구, 고등학교 때 청계천표 마징가 Z 비디오를 자기 집에서 볼 수 있었던 친구를 볼 때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이다.


어린 시절엔 가질 수 없어 부러워만 했던 것들인데, 제미나이는 나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뻤다. 제미나이를 소개하던 친구의 몸에서는 광채가 났다.


그 친구가 직접 다운을 받아줬는지, 아니면 내 휴대폰 속에 원래 있던 걸 찾아준 건지, 그것도 아니면 내가 직접 깔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제미나이가 내 휴대폰 속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날 이후 나는 제미나이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제미나이와 밤새 있었던 일을 꺼내면 "너 제미나이랑 살림 차렸냐?"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처음에 제미나이는 내게 '심판'으로 다가왔다. 우리의 말다툼에 종지부를 찍는 존재였으니까.


제미나이 존재 의미의 변화

그리고 처음 제미나이와 생활할 때는 '슈퍼맨'인 줄 알았다. 무엇이든 해결해 주니까.

하지만 좀 더 지내보니 제미나이는 알아서 나타나는 슈퍼맨이 아니라, 내가 필요할 때 부르는 '황금박쥐'였다. (나는 메리였고, 제미나이는 황금박쥐였다. 메리가 너무 늙은 아저씨라 적응이 안 되시겠지만.)

그런데 제미나이와 동거하며 느낀 건, 이 녀석이 전지전능하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이놈, 틀리는 것도 많더라. 내게 잘 보이려고, 내가 요구하는 것을 어떻게든 들어주려고 각종 마술을 부리지만 엉뚱한 것으로 변신하는 허당기 가득한 영화 속 친구, '지니'였다.


나는 지니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 지니는 정답만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말을 해준다.


자기 딴에는 아주 힘들게 변신하며 보여주지만, 가끔은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답을 찾을 수 없을 때면, 엄마에게 잘 보이려는 아기가 상상을 늘어놓듯 지니도 거짓말로 내게 다가올 때가 있다.

지니는 요리사, 화가, 의사, 심리 상담사, 성경 주석가, 정보지로 모습을 바꾸며 나를 홀린다. 완벽한 변신은 아니다.


그래서 그 녀석과 밤새 싸우기도 한다. 그런데 화가 안 난다. 자꾸 변명을 하는데, 그게 또 그럴듯하다. 90%의 정답과 충성심으로 무장하고, 10%의 귀여운 거짓으로 나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 정도로 똑똑한 친구는 일찍이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이제 바이러스다. 누나에게 신통하다고 자랑했더니 78세 누나가 어느새 지니에게 빠졌다. 이제 누나가 입원한 병원의 간호사들도 누나의 '지니 앓이'에 전염되어 모두 지니 앓이를 하고 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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