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동전 350원의 비밀!!!

열등감과 강박으로 짓눌린 20대

by 김정훈

작은 방 안의 풍경

가게에 붙은 작은 방에서 나는 동전 한 움큼을 쥐고 동전통에 던져 넣는다. 한 푼 두 푼, 아주 신중하게. 마치 그 동전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이라도 하는 듯이. 손에 쥔 동전은 처음엔 450원. 그중 350원이 넘지 않았을 때는 무언가 불길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아, 그건 무효라고 여기고 또다시 던진다.


만약 350원이 넘을 때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이 행운이 확실한 건지 아니면 너무 쉬운 길을 택한 건지 의심하여 좀 더 거리를 멀리하여 350원 이상이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다. 350원이 넘거나 안 넘거나, 나는 그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


그는 나의 대표선수이다.

나는 이재명 대통령을 정치와 상관없이 격렬하게 응원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그가 1982년도에 중앙대 입학 장학생으로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나도 같은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였기에 그와 동일시한다. 나의 열등감을 그의 성공이 다 덮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중대는 선호 장학생에게는 등록금 면제와 월 20만 원의 생활비를 줬고, 그 아래 등급인 승당 장학금은 등록금 면제와 월 10만 원을 지급했다.

대통령은 월 20만 원을, 나는 월 10만 원을... 그러나 대통령과 나를 같은 장학생으로 퉁친다. 그는 나의 열등의식을 잠재울 나의 대표선수이기 때문이다.



장학금이 주는 굴레

나는 수학만 잘했는데 그해 학력고사 수학 문제가 아주 어려워서 SKY급의 점수가 나와 승당 장학생에 합격했다. 나는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드리는 등록금 면제보다, 월 10만 원 내 돈을 처음 갖는다는 유혹에 눈이 확 끌렸다. 평소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10만 원의 유혹에 배치표는 확인도 안 하고 중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열등의식의 시작이었다. 서울대 하위 학과나 연고대 중상위권에 충분히 갈 수 있었다는 것을 입학 후에야 배치표를 보고 알았다. 나보다 20점 이상 못한 친구가 운 좋게 연대 경영에 합격했을 때, 나는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 녀석이 으스댈 때는 '나보다 20점 이상 못 봤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 봐야 나만 바보가 되는 것을...


처음에 장학생은 어머니에게는 자랑이었지만, 나에게는 족쇄가 되었다. 나는 너희보다 못한 게 아니라 장학금을 받으니 특별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누가 물어볼 리도 없는 장학생은 나만의 내적 증표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학점 3.5라는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던지는 동전의 의미로 450원은 4.5 만점이고 350원은 3.5다. 나는 온통 3.5라는 숫자에 사로잡혔다. 동전을 던지고 또 던지고...


우리 집 가게에서 어머니가 3.4 우유를 팔기 시작하는 순간, 나는 내 편인 어머니에게 배신감을 느껴 소리를 지르고 어머니는 영문을 몰라 하셨다.


83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백넘버 34번 장명부는 왜 이리 잘 던지는지... 나는 그해 여름 3.45로 장학생에서 떨어졌다. 단 0.05점 차이로 장학금은 날아갔다.


그 이후 굴레를 벗은 나는 항상 4.0전후의 성적으로 다른 장학금을 받았지만, 그건 우리 집 형편에는 도움이 되었을지언정 나의 내적 증표를 잃은 상실감은 회복할 수 없었다.


과거에서 깨어나자.

지금 나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다. 사립 명문 학교다. 선생님들이 서울대 출신도 많고 연고대 출신도 많다. 나는 그 학교에 같이 근무한다는 자체만으로 그들과 동일시한다.


생활을 하면 다 똑같은 사람이거늘, 나는 단순한 학력고사 점수를 내 능력으로 오판하고 억울한 감정이 내면 깊은 곳에 살아 숨 쉬는 모양이다.


누가 물어볼 리도 없는 장학생은 나만의 내적 증표이다. 사실 나조차도 타인에게 그런 걸 묻지 않는다. 세상은 이미 나를 학교 이름이 아닌 지금의 내 모습으로 평가한다는 걸 머리로는 너무나 잘 안다.


나 같아도 안 물어볼 무의미한 과거라는 걸 알면서도, 내 무의식은 여전히 그 억눌린 기억의 방에 갇혀 숫자를 세고 있다. 머리는 알고 있지만 가슴은 여전히 체해 있는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수의 굴레에서 40년 이상이 지나도 못 깨어난 내가 한심하다! 바보야! 깨어나!! 아무 의미 없는 것을....

수, 토 연재
이전 08화08. 살과 뼈로 이루어진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