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라무슈

관객의 심장으로

by 폴킴

국제 음악협회 이사회


​며칠 후, 국제 음악협회 이사회가 열렸다. 회의장에는 냉랭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늘 화기애애한 분위기와 에너지 넘치는 화법으로 회의를 이끌어 온 회장 러튼과 마르첼로가 있었지만, 그들의 입에선 몇 번째 정적과 공허한 수사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러튼이 마지못해 겨우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불만과 근심이 가득했다.


​“이건 우리 협회의 존폐를 넘어, 클래식 음악계 전체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시도에 불과합니다. 관객들의 감동 호르몬으로 심사하는 콩쿠르라니…”

​그는 클래식 엘리트 집단의 우두머리 역할에 걸맞게 음악계 전반적인 피해를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마르첼로는 모두가 알고는 있으나 말하기 싫은 핵심의 궤적을 꺼냈다.


​“러튼 회장님! 지금은 이미 온 세계에 이 콩쿠르가 지울 수 없는 이슈가 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사람들은 음악계의 존폐보다는 저와 샬럿 간의 녹취록 분쟁에서 승자를 더 궁금해합니다.”

​마르첼로는 회의실을 둘러보며 싸늘하게 덧붙였다.


​“부정하고 싶어도 모두가 샬럿의 편이고, 그녀가 우승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그녀가 그 영광에 가장 근접한 인물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죠.”

​러튼과 나머지 이사들은 그의 현실을 꿰뚫는 어투에 얼음장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정적을 깨고, 러튼이 겨우 말문을 열었다.


​“그래도, 테너 죠슈아라면 샬럿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 같네.”

​마르첼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회장님, 샬럿의 고음은 심장을 관통하며 소용돌이치는 아르카나의 빛과 같습니다. 관객들이 황홀경에 쓰러질 정도라고요. 죠슈아의 화려함 정도는 5분 안에 청중의 귀에 익숙해져 소멸합니다.”

​또다시 정적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마르첼로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나가겠습니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젊은 시절 모든 메이저 콩쿠르를 휩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바리톤으로,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전설과 같았다. 현재에도 마르첼로는 시간마저 비켜선 듯한 철저한 자기 관리로 무대에 군림하고 있으며, 그의 향후 50년 공연 스케줄은 이미 세계 최고의 오페라 극장들의 숙원으로 채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