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하면 지는 거다. 힘들수록 웃자! -
“머피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일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또 그런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한 마디로 재수 옴 붙었다는 뜻이다.
나의 주식투자가 그러하다. 법칙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예외 없이 그러했다.
“와! 완전 살생부네” 핸드폰에 있는 나의 주식투자 목록을 보고 대학 동창 놈이 뱉은 말이다.
그랬다. 내가 주식을 매수한 기업의 오너들은 난데없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플래시를 받고 휠체어를 타고 감옥과 병원을 오고 간다. 당연히 주식은 자유낙하로 전환된다. 예외 없이!
나는 신중한 사람이다. 특히 돈이 걸려있는 일에는 더욱 그렇다. 허투루 즉흥적으로 주식을 사는 법이 없다는 뜻이다. 모든 분야에는 전문가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은 진중한 사람의 올바른 행동방식이다. 나에게도 주식시장에 통달한 전문가 친구가 있다. 그는 나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친구들은 이름보다는 “고양이”라는 별명으로 그를 부르곤 한다. “고양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까칠한 그의 성격이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건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일정한 직업이 없는 개인 투자자이지만 IMF 이전에는 굴지의 증권사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친구이다. “고양이”가 먼저 주식 종목을 추천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언제나 내가 여유돈이 생기면 하나만 콕 찍어달라고 애걸복걸하곤 했다. 그러면 “고양이”는 “굳이 그렇다면 내가 요즘 눈여겨보는 회사가 있는데” 하며 사뭇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X파일을 연다.
뒤따르는 추천 이유는 듣는 이를 탐복하게 한다. 펀더멘털, 자산주, 대주주간 소유권 분쟁, 상속을 염두에 둔 자산 저평가, 신사업 투자를 위한 액면분할 등등
“고양이”는 잘못이 없다. 그가 건네준 생선도 멀쩡했다. 그냥 이건 “머피의 법칙”이고 할 일 없는 어떤 마녀가 장난 삼아 걸어 놓은 못된 주문이다.
살생부의 시작은 태 O산업이었다. “고양이”의 기업분석은 이러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표적인 자산주다. 부채보다 은행예금이 몇 배 더 많고 더불어 알짜배기 부동산이 엄청난 그래서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도 도저히 망할 수 없는 회사라는 것이다. 사실이 그러했다. 이런 탄탄한 회사가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창업주의 주식 지분이 워낙 높고 신사업 투자를 안 하는 보수적인 경영방식 때문이었는데 창업주가 노령으로 조만간 상속이 예상되고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식 시세를 다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나는 하마터면 고양이 입에 키스를 퍼부을 뻔했다. 이처럼 확실한 안전이 보장된 주식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시간은 나의 편이다. 다만 그 시간이 지루하지 않기를 바랄 뿐.
주식을 산 지 얼마 안 돼서 상속이 이루어졌고 미동도 않던 주식 그래프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신문과 TV에서도 태 O산업 관련 뉴스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머피의 법칙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뉴스의 요점은 횡령, 배임, 탈세, 로비 등등 비리와 악재의 종합선물 세트 한 가지였다. 상속받은 새로운 오너는 휠체어를 타고 검찰청 앞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구속되었다. “고양이”는 말했다. 이건 오너 개인의 이탈이고 회사의 펀더멘털은 굳건하다고 그래서 주식이 급락한 지금이 추가 매입의 적기라고 했다. 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당연히 이른바 물타기를 했다. 적금을 깨서 추가 매입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돌아섰다. 젊은 오너는 신박한 재주를 부렸고 병보석으로 휠체어를 타고 교도소를 탈출했다. “그래 처음 기대한 만큼은 아니겠지만 워낙 탄탄한 회사니깐 조만간...” 그러나 나의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지없이 무너졌다. 초췌한 모습으로 휠체어를 타고 나온 젊은 오너는 병복석 기간에 술집과 분식집을 드나들었고 어느 기자가 용케 그 장면을 사진과 함께 기사화했다. 특히 신당동 원조 매운 떡볶이를 먹고 있는 모습은 대중의 감정선을 제대로 건들었다. 검찰은 부랴부랴 젊은 오너를 잡아들였고 일벌백계가 필요한 부도덕한 기업과 기업주의 표상이 되었다. 주식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곤두박질을 쳤고 당연히 물타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낙타도 입이 돌아갈 정도로 메마른 사막화가 시작되었다.
그 후 아주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