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흐름으로 적어보는 전주에서의 생각들
퇴사하자마자 부산을 다녀온 이후, 나는 여행에 빠졌다.
익숙한 서울에서는 느끼지 못한 타지의 새로움과 설렘이 좋았고, 그 장소에서만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이 좋았다. 그래서 얼마 후 전주로 1박2일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사실 전주가 처음은 아니었다. 머나먼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끝내고 돌아오자마자 우연히 친구의 전주여행을 따라갔었고, 2박 3일만에 전주의 모든 명소는 다 돌아봤기 때문에 나름 이미 여러 명소들을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느끼기에 분명 전주는 작은 도시로, 도보로 거의 모든 명소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여행지보다 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아침 일찍 8시에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홀로 전주로 떠났는데, 7월 초에 떠난 전주는 무척 더웠다. 하필 6월에서 7월로 너어가면서 폭염이 시작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더 덥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 내리자마자 뜨거운 열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무더위 속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주를 다시 둘러봤는데, 전주는 내 기억 속 그때 모습 그대로였다. 한옥마을의 다양한 상점과 먹거리들, 여행객들과 주변 풍경 모두 전에 친구와 전주를 찾았을 때 그 모습이었다. 심지어 친구와 갔을 때도 6월 말로 무척 더웠을 때여서 그런지 걸을 때마다 그때로 혼자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영국에서 바로 돌아와 오랜만에 돌아온 한국에 얼떨떨했지만, 그래서 매일매일이 즐거웠고, 어설펐지만 그래서 재미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익숙하지만 한동안 가보지 못한 다양한 곳들을 다시 찾아가면서 하루하루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 나는 휴학생이었으므로 대학생의 신분을 가지고 별다른 책임감이나 죄책감 없이 매일을 즐길 수 있었다.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은 그래봐야 4년가량밖에 안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져있었다.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졸업을 하고, 이후 취직해 회사에서 달려오면서 학생일때는 몰랐던 세상의 쓴맛과 차가운 어른의 세상도 느끼면서 마음 속 여유와 작은 행복들은 어느새 잊고 살았던 것 같았다. 예전의 내가 생각하던 중요한 것들과 소중한 것들은 내가 커가고,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작아지고, 어느새 잊혀져갔다.
어릴때 나는 꿈이 많던 아이였고, 어른이 되면서 꿈의 크기도, 갯수도 점점 작아졌는데, 그마저도 어른이 되면서 바빠지다보니 잊혀져 버렸던 것 같다. 앞으로 10년, 20년이 흐르면 지금의 나보다도 나는 더 작아지고, 단순해지면서 많은 꿈들을 잊은 채 하루하루 똑같이 살아가겠지.
물론 지금 이렇게 전주를 걸으며 다시 옛날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퇴사 후 잠시 여유를 되찾아서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다시 챗바퀴 굴러가는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리고 그렇게 몇년이 흐르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들과 소소한 기쁨들을 잃어버리지는 않길 바라며, 지금 이렇게 몇줄 남겨본다.
언젠가 미래에 내가 한번이라도 다시 읽어보면서 나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