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도 카페투어
이번 부산여행의 테마를 '책과 예쁜 카페'로 정했을 만큼 부산의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이 이번 여행에 목표가 되었다. 사실 나는 평소에도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서울에서도 예쁜 카페를 거의 매일 찾아다닌다.
어느날 문득 '언제부터 예쁜 카페를 좋아하게 됐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카페를 다니는 걸 즐기게 된 계기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정확한 시점이 있다기 보단 대학교 다니면서 긴 공강시간을 때울 때, 대중교통이 혼잡한 시간대를 피하기 위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카페를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처음에는 그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것에서 점점 특색있고 분위기있는 카페를 찾기 시작하면서 내 카페투어는 조금씩 점차 발전해 왔다.
카페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갖게 된 이후 내 인스타그램과 유투브 알고리즘은 온통 전국 예쁜 카페들로 도배되었다. 궁금한 장소가 생길 때마다 나는 메모에 카페 이름을 적어놨고, 그 덕분에 지금은 나만의 카페 지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갑작스럽게 떠나게된 부산 여행에서도 예쁜 카페를 찾아가는 일은 전혀 어렵지 않았는데, 오히려 카페를 너무 많이 저장해두었던 탓에 그 중 어디를 포기해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서울에만 살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서울의 카페보다는 부산, 대구, 경주, 전주 등 쉽게 갈 수 없는 곳들의 카페가 더 예쁘고 가고싶었다. 서울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유의 아늑한 감성이 먼 곳에서는 더 잘 느껴지는 것 같았다. 물론 이게 남의 떡이 커보이는 심리로 쉽게 갈 수 없어서 더 좋아보이는 건지 실제로 서울보다는 다른 곳에 예쁜 카페가 더 많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건 이전부터 가고 싶어서 저장해두었던 전국의 카페가 내 메모의 지도 속 수두룩 했다.
부산여행을 하면서 가장 먼저 방문한 카페는 광안리에 있는 '우사기'였는데, 일본의 키싸텐을 연상케하는 인테리어에서 당시 한창 빠져있던 후르츠산도를 파는 곳이다. 방문한 카페 는 따듯한 날의 채광과 특유의 분위기, 여행중이라는 설렘, 저장해 놓은 카페를 드디어 방문했다는 뿌듯함이 더해져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바로 다음날은 '헬멧'이라고, 내 카페 리스트 속 또 다른 카페를 방문했다. 전날 방문한 우사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이국적인 분위기 속 채광이 예뻐서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외국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드는 카페였다. 이곳에서는 브런치를 먹었는데, 원래 먹으려고 했던 브런치가 안돼서 다른 메뉴를 먹었지만 그마저도 여행의 묘미인 듯 즐거웠다.
이외에도 부산여행 중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다양한 카페들을 찾아 방문했는데, 그럴때마다 하나씩 클리어해나가는 내 카페 리스트를 보면서 도장깨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아 즐거우면서 바래온 내 작은 소원 하나를 이룬 듯한 기분이 들어 소소한 행복이 느껴졌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어릴 적 꿈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느날 문득 떠오른 이루지 못한 꿈은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다. 삶은 생각한 것과는 다른 결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루지 못한 꿈들로 후회가득한 새벽을 보냈던 날들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어릴 적 꿈꾸던 삶을 그대로 사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하지만 꿈이라고 해서 꼭 거창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이렇게 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곳을 가는 작은 일들도 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정말 작지만 원하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재미가 지금의 나를 하루하루 살아가게 만든다.
가끔은 이루지 못한 꿈들로 괴로워하는 날들도 있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 작은 나의 꿈들만이라도 이루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