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후 무작정, 부산여행 2.

마음의 양식으로 내면을 배불리하자

by 서리태

지금까지 항상 부산여행은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이왔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부산여행이었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카페에 앉아서 얘기만 해도 2-3시간은 금방 가는데 혼자 부산에서 뭐하지...? 라는 생각에 찾아보게 된건 바로 '책'이었고, 부산에 있는 다양한 책방, 독립서점들을 알아보면서 이번 퇴사여행의 테마는 '책, 그리고 예쁜 카페'가 되었다.


우선 가장 먼저 부산에서 방문한 책방은 부산역 근처 '창비부산'이었다. 창비부산은 창비문학사에서 운영하는 서점 겸 도서관으로 옛 흔적이 느껴지는 문화유산 등재 건물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책 종류도 많은데다가 분위기도 좋고, 깔끔하게 잘 해 놓아서 하루종일 그 안에서만 있어도 될 만큼 편안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같은 공간이었다.


날잡고 창비부산 구석에 자리를 잡은 후 여러 책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니 퇴사를 결정하고 앞으로 내 삶에 대한 걱정, 미련, 그 외에 많은 감정으로 가득 찼던 내 스스로의 마음이 정리되면서 한결 차분해졌다. 책이 내 인생에 있어서 해답을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책을 통해서 다양한 삶과 겪어모지 못한 일들을 경험해보고, 그들의 삶에서 내 인생에 관한 조언을 얻음으로써 많은 위로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다른 매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책'을 읽음으로써 비로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잔잔한 위로를 오랜만에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창비부산에서 책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이후 광안리 바다에서 노을을 바라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밤산책방'이라고 적힌 아담한 서점을 보았다.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각에 불이 켜져있는 지하의 서점은 어딘가 동화같기도 하면서 오묘한 분위기를 풍겨서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밤산책방'은 24시간 운영되는 무인서점으로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애매한 날, 마음 허전한 사람들이 들릴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위로 가득한 공간이라고 적혀있었는데, 그곳에는 다양한 글귀와 함께 하루의 삶에 위로가 되는 다양한 글이 적혀있었다. '사랑', '삶', '인생', '봄' 같은 키워드를 가진 여러 책을 읽어보며 사샐에 잠길 수 있는 마법같은 공간이었다.


밤산책방을 구경하며 그동안 회사와 학교를 다니면서 어딘가 허전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던 수많은 밤들을 떠올려 보았다. 어딘가 시간만 흘려보낸 듯한 애매한 날들과, 이상하게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만 흘러간 하루, 노력이 무색하게 무산된 일들만 가득해 허무했던 날, 애매한 인간관계를 곱씹으며 어설픈 나 자신이 찝찝했던 하루 등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야만 했던 다양한 날들을 생각해보았다.


그동안 그런 날들은 얼마나 많았으며 그렇게 흘려보낸 소중한 나날들은 얼마나 많았나?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왜 모든 것들이 마치 내 전부인 것처럼 커다랗게 다가왔을까? 하는 다양한 생각들을 하면서 이미 지나가버린 나의 많은 애매한 날들에 씁쓸한 위로를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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