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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한강생태공원

by 우주

비가 살짝 오는 날은

산이나 공원에 가면

운치가 있다

보슬비 오던 날

과천 산림욕장

6.2Km 걷는 동안

산모퉁이에서

키스하던 커플을 제외하고는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비 오던 여름날

한강생태공원 입구 하천에서

큰 구렁이 떼처럼

엉겨있던 잉어 떼를 보고는

비명을 질렀었다

일요일에 보슬비 오면

나가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비 오던 어느 가을날

헌 운동화 긴 잠바 마스크

비니 장갑까지 중무장하고

습지공원에 갔다

예상대로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갈대숲 사이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춥고 힘들었지만

평소보다 더 멀리

앞으로 걸어갔다

처음에는

잠바지퍼 안 채우겠다던

남편이 콧물 흘리며

지퍼 올려달라고 할 정도로

춥고 바람이 엄청 불었다

그런데

정말 상쾌하고 멋있었다

회색 구름 가득한

비 오는 하늘

양옆으로 바람에 쓰러지는

키 큰 풀들과 나무들

내 시야에는

허허벌판

온통 회색하늘뿐이었다

그 순간

내가 폭풍의 언덕에 서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옆으로 몇십 미터만 가면

도로가 나오는 도심공원에서

폭풍의 언덕이라는

멋진 상상을 하며

마음이 정화되던

비 오는 날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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