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 플레이스팀

by 왕잔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는 지금까지 온 길을 돌아보라 하더라.



지난 글을 봤음에도 "그래서 잔치가 뭔데? 그거 또 그런 거잖아. 지들끼리만 재밌어하는 거." 할 사람이 태반이라 생각된다. 함께 벌이는 잔치,란 결국 허울뿐인 구호인 것이다. 비극적이다. 신촌러로서의 필수 교양이자 어디에서나 길거리 전수조사를 하여도 족히 70%의 인간은 알아야 할, 제 입으로 말해 부끄럽지만 이렇게도 아름다운 잔치를 도대체 왜 세계정복을 못하고 있는 것인가.



어쨌든, 사람 좋은 얼굴로 갈아끼고 다시 설명하자면 잔치에는 4개의 팀이 있다. 아트, 피플, 디자인, 그리고 플레이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영광스러운 플레이스팀의 졸업자이지만 언제나 이름만 보면 참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아트'란 무엇인가? 예술적 감각이라고는 때때로 종이에 흘리는 피곤의 산물을, 멍한 눈으로 보며 노동이란 아름다운 것이구나 정도의 헛소리를 하는 정도가 전부인 필자는, 에디터로서의 2학기를 보내고 난 후의 지금이란 시간에도, ‘아트’가 도대체 무엇이고 하물며 그 팀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하물며 ‘피플’은 어떤가? 요즈음에야 길거리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인간들을, 혹시나 "도를 아십니까"라든지, 정장을 입고 외국어 공부를 강요하는 무뢰배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일반이겠지만, 20년 전이라면 인터뷰라는 것은 연예인이나 할 만한, 아름답고 고결한 행위였다. 지금은 숏-폼이나 유행하는, 극도의 효율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잊힌 것이지, 인터뷰라는 것은 우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을 수 있는 숭고한 행위라는 것을 잊고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을 보자. 인터뷰라는 방식이 다소 늙어버린 실버백 고릴라 같다면, 디자인이란 지금도 그리고 언제나 젊고 강력한 벌거숭이두더지쥐, 모양새가 나지 않아 첨언을 하자면 뱀파이어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치의 군복을 보라. 기깔나는 디자인 하나만으로 명분이 서지 않음에도 그 많은 독일 군중을 움직였지 않나. 추보단 미를 암묵적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우리 잔치는 따라서, 마침내, 결국 대大자인팀의 절대권력에 무릎을 꿇고 복종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꼭 알고 계시라. 글을 싣는 잡지라고 하여 대大자인을 얕보다가는 큰코다친다는 것을. 절대 얕봤다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다소 옆으로 샜다. 그래서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를 돌아보면, 플레이스팀이라는 것은 이름만 들어도 재미가 없지 않은가? 였다. 역대 가장 흥한 매거진이라고 할 수 있는 미쉐린 가이드의 존재로 인해, 장소를 다루는 글들은 언제부터인가 흔해빠진 맛집 소개가 되어 버렸다. 얼마나 맛있는가, 얼마나 감동적인가, 얼마나 예쁜가를 온몸 비틀기로 간신히 쥐어 짜내는, 차력 쇼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지금도 아마 인터넷 어딘가에는, 뒷돈을 받았든 정말로 심금을 울려 부르짖는 것이든 그렇고 그런 글이 널려 있는데, 잔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우리 독자들은 ‘플레이스’ 팀을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것이다.



다만, “그래서 어쩌라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너는 플레이스 팀 소속이었다면서, 왜 이렇게 본인의 팀을 싫어하는 것 같지?” 라고 하신다면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잔치의 플레이스 팀은 그러한 맛-지도의 역할을 탈피하고자 지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필자는 이러한 오물, 아무 말을 노상방뇨하듯 여러분께 분사하고 있다.
이 글을 보라.



158. 가ᆞ막새뎐 – WELCOME TO ZANCHI [웹진 잔치]

이 글을 읽는 순간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정신이 달아올랐다. 아니, 주막 소개를 이렇게까지 스케일 크게, 조선 판타지 서사로 써버린다고? 어느 유생이 하늘의 귀인을 만나 술 한 잔 기울이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엔트로피 법칙과 K-Rule까지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저 미친 비약! 필자는 중간쯤에서 진심으로 감탄하며 무릎을 쳤다. 글 전체가 하나의 ‘경전(酒經)’ 같달까. 이 정도면 장소 소개가 아니라 독자에게 ‘술의 도(道)’를 전수하는 의식이다. 여러분, 이건 읽는 게 아니라 세례받는 행위다.



241. 사러가 마트, 그래도 사랑하시죠? – WELCOME TO ZANCHI [웹진 잔치]

필자는 이 글을 마주하고 기립박수를 금할 수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MASTERPIECE라고 할 수 있겠다. 마트에 간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찬란하게 쓸 수 있다니. 글쓴이는 고작 장보기를 하러 갔을 뿐인데, 읽는 내내 마치 영웅이 성물을 찾아 여정을 떠나는 서사시를 보는 줄 알았다. ‘사러가’라는 이름부터 이미 철학이고, 계산대에서의 소소한 인간애는 눈물샘을 자극한다. 유머는 재치 있고, 관찰력은 예리하며, 무엇보다 “마트도 충분히 문학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 너무나 당당하다. 이건 소비가 아니라 성찰 그 자체이고, 영수증이 아니라 삶의 사본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맛-지도가 되어버린 PLACE Review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었음에도 사실 ‘장소’를 다룰 때는 음식점이 빠질 수 없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보자.



223. 카레, 히메지 2호점, 쉬어가는 곳 – WELCOME TO ZANCHI [웹진 잔치]

처음엔 그냥 "아, 카레 파는 곳 소개인가 보지"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몇 문장 지나자마자 깨달았다. 이건 맛집 리뷰가 아니라 ‘너와 나’의 관계 회고록이다. 글쓴이는 독자를 ‘손님’이 아니라 ‘동행자’로 끌어들인 뒤, 카레 한 숟갈을 핑계로 감정을 통째로 들춰낸다. 메뉴 추천이 감정 고백처럼 느껴지는 순간, 휴대폰을 저 멀리에 있는 소파로 집어던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히메지의 카레가 특별하다기보다, ‘특별하지 않음’을 특별하게 설명하는 문장력이 더 감동적이다. 카레가 그냥 카레일 수 있도록, 또 밥이 밥일 수 있도록 하는 조용하고 오래가는 친절이 글에 점철되어 있다. 그것이 이 글을 읽다 보면 어느새 배가 고파지는 게 아니라 살고 싶어지는 이유가 아닐까. PLACE팀, 대체 어디까지 진화할 셈인가.



그러니 독자 여러분, 이젠 더 이상, 플레이스? 맛집 소개 아니야? 라고 묻지 마시라.



이제는 그냥 입 닫고 잔치의 PLACE팀을 주목해야 할 때이다.

작가의 이전글신촌, 테세우스의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