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피플팀

잔치가 사람을 적는 것에 대한 짧은 경험적 고찰

by 왕잔치



신촌을 기록한다는, 나름 거창한 과업을 짊어진 우리는 어째서 신촌의 사람까지 기록하는가? 예컨대, 아트 팀이라고 하면 그 동네가 소유하고 있는 고유의 예술적 감성, 혹은 그 동네의 이모저모로부터 촉발된 미묘한 인상들을 남기는 작업을 수행한다. 특정한 지역이 소지한 독특한 분위기는 쉬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끔찍한 난투극에 휩싸여, 탈모라는 무서운 질병에 무심한 새파란 젊은이에게 머리털을 한 움큼 푸짐하게 뽑힌다고 해도 그가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그 참혹한 광경을 맛깔나게, 그러니까 거의 아트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재미진 이야기가 술집에서 술집으로 구전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 찰나의 인상 또한 반영구적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요지는, 장소를 기록하는 플레이스 팀이나 예술을 남기는 아트 팀은 어느 정도 신촌의 영원성, 혹은 지속성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가? 철새는 때가 되면 돌아오기라도 하지, 인간이란 녀석들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발전을 거듭하는 기술적 발전에 힘입어, 수틀리면 뒤도 안 돌아보고 멀리 떠나 버린다. 신촌이 아무리 그들에게 잘 대해 주었더라도, 사람은 신촌에서 가장 가변적인 요소라는 거다.



이쯤 되면 이 글의 화두에 던져진 문제의식을, 명민한 우리 독자 여러분들이 모두 충분히 이해했다고 짐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말이다, 골똘히 생각해 보면, 걸어온 삶의 전반을 진중하게 되돌아보노라면, 실로 사람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일례로, 호랑이가 담배 피우는 법을 까먹은 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 그러니까 필자가 군대에서 막 돌아온 시절에 미팅을 나간 적이 있었다. 여기에는 언급해야만 할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대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만남 주선 프로그램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부푼 꿈을 한 아름 움켜쥐고 창업한 그 친구들은 참여자의 취향을 철저하게 분석한 뒤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에 데려다주었다. 아! 그날 신촌의 하늘은 무진장 푸르렀고, 저무는 노을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온도 또한 맞춤 맞았다. 늦은 봄, 신촌 바람산 공원은 그만큼 완벽한 장소다.



안타깝게도 그날의 2대 2 미팅은 박살이 났다. 그날 만난 남녀는 늦봄의 공원 데이트를 상상해 본 적이 있다는 점 빼고는 닮은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가 구사하는 솜씨 좋은 농담에도 그들은 전혀 웃지 않았고, 그들이 권하는 술은 전혀 달지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상대의 옆통수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있는지 하나하나 다 세어 볼 수 있을 정도로 귀에 대고 소리를 질러야만 하는 왁자지껄한 술집에서의 술이 무척 달 때가 있다. 그러니까 그날의 술 맛은, 솔직한 몇 마디가 공기를 타고 부단히 이동해서 도착할, 그 귀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달려 있는 것이다. 결국에는 다 사람 따라가는 것이다.



사람은 가장 가변적인 동시에, 가장 결정적이다. 그래서 잔치에는 피플 팀이 있으며, 우리는 신촌의 사람을 적는다.



연애하길 주저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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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동네에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말하는데도 우린 모두 다르다.



본격 피플팀의 게릴라 인터뷰: 꽃을 든 신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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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사람은 어째서 하나같이 다른 방식으로 아름다운지.



신촌을 빛내는 패션, Fashion in Sin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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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거리가 다채로운 것은 늘 다른 모습으로 집을 나서는 사람들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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