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연해지기

by 별똥꽃

수요일 저녁

운동 대회에 나간 아이를 집에 데려 오려면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멀리 걷기로 했다

주말에나 몇 번 걸어 본 10 마일에 도전했다

반을 가기도 전에 몸에서 신호를 보냈다


포기라는 것을 잘 모르는 나는 계속 걸었다

너무 오래 걸었더니 발가락이 아팠다

무릎도 아팠다


아픈 발가락들과 무릎들에게 미안했지만

나는 계속 걸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의연해지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픈 발가락의 고통을 외면하고

의연하게 걸었다

오직 정신력 하나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샤워를 마치고

늦은 시각에 아이를 데리러 갔다

그리고 집에 오자마자 잠이 들었다


눈을 뜬 후 또 바쁜 일상이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익숙한 일을 요령껏 마치고

또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8마일을 걸어 보고 싶었다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 이른 저녁을 먹었다

평소 냄새만 맡았던 붕어빵도 하나 먹어 보았다


사이즈가 약간 큰 신발 때문인지

반 이상을 걷고 나서야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발에서 불이 난다는 표현을 몸소 경험할 수 있었다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나는 또 의연하게 걸었다

정신력 하나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이러다간 살이 빠지든가 발톱이 빠질 것이다


설령 살 대신에 발톱이 빠진다 해도

그깟 발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나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포기를 모르는 나는

내일도 모레도 한 달 후에도 계속 걸을 것이다

발바닥에 불이나고 발톱이 떨어져 나간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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