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금이 집에는 오래된 자전거가 하나 있었다. 그 자전거는 주로 장금이의 둘째 오빠가 탔는데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이후로 장금이도 가끔 타고 다녔다. 장금이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쳐 준 사람은 장금이 둘째 오빠 장수였다. 장금이 집에서 조금 내려와 동네 이름이 적힌 바위를 지나면 이차선 도로가 나왔다. 그 이차선 도로 옆에서 장수는 장금이 가 탄 자전거를 뒤에서 넘어지지 않게 붙잡아 줬는데 처음에는 중심을 잡지 못한 장금이가 자전거와 함께 밭두렁에 여러 번 굴러 떨어졌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한 후, 인내심이 부족한 장수는 이제 더 이상 못 잡아 준다며 화를 내고는 마지막 딱 한 번만 더 잡아 주겠노라고 장금이에게 말했다. 더 이상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장금이는 절망감을 안고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뒤에 잡고 있는 사람은 없었지만 자전거는 계속 굴러가는 것이 아닌가? 장금이는 그렇게 자전거 타는 것을 하루 만에 배우고 가끔씩 오빠 자전거를 타고 옆동네까지 누비고 다니며 마치 운전면허증을 처음 딴 사람이 차를 몰고 이리저리 드라이버 할 때와 같은 쾌감과 자유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석유난로에 쓸 기름이 떨어졌다며 장금이네 엄마는 장수에게 읍내 시장에 석유통을 가지고 가서 기름을 좀 사 오라고 했다. 장수는 가기 싫다고 장금이한테 시키라고 했지만 그래도 장금이 엄마는 장수가 가는 게 마음이 더 편했는지 장수더러 빨리 다녀오라고 했다. 장수가 자전거를 타고 나간 지 얼마 안 돼서 겁에 질린 마을 사람이 장금이 집으로 와서 장수가 마을 입구 이차선 도로에서 트럭과 부딪힌 후 자전거에서 넘어졌는데 하필 머리를 큰 돌에 박아서 피를 줄줄 흘리며 인근 도시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그 사고로 장수는 삼일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장수가 깨어났을 때는 입이 오른쪽으로 비뚤어져 있었고 발가락도 구부러져 있었다. 장수가 인근 도시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몇 달 동안 장금이 엄마는 아들에게 기름을 사 오라고 닦달한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들 곁을 지켰고, 장금이는 동생 장학이와 단 둘이 집에 있으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어떤 날은 학교 가다 말고 동생과 딴 길로 샐 때도 있었다. 삼 개월 후 장금이 둘째 오빠는 집으로 돌아와 중학교를 다녔는데 다른 아이들은 장수에게 머리를 다친 아이라고 "헤드"라고 놀렸다. 장수의 담임 선생님이 장수에게 수업시간에 헤드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장금이는 둘째 오빠가 자전거를 타다가 다친 이후로 자전거를 타고 이웃 동네를 누비고 다니는 것은 그만두었다. 하지만 얼마 후에 장금이가 새로 들어간 중학교는 전에 다니던 초등학교보다 멀어서 자전거로 통학을 해야 했다. 어느 날 장금이는 1교시 수학 수업 시간에 지각을 하고 말았는데 젊은 수학 선생님은 빨간 긴팔 옷을 입고 있는 장금이가 고추장 같다면서 놀려댄 것도 모자라 장금이에게 장독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장금이 엄마가 가출을 하고 장금이 둘째 오빠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집을 나가 버린 후 장금이가 아부지한테서 쫓겨난 이후에 이런 일도 있었다. 장금이 동생 장학이가 장금이의 중학교 교문으로 집에 있는 유일한 자전거를 끌고 누나를 찾아와서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장금이가 동생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삼거리에서 어떤 택시와 부딪힐 뻔했는데 택시 기사가 내려서 장학이의 뺨을 때렸단다. 장금이 동생은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빨갛게 상기된 볼을 보여주며 울었던 것이다.
장금이가 성인이 된 이후로 자전거를 다시 타기까지는 꽤 오랜 공백이 있었다. 한 번은 키우던 강아지가 지나가던 자전거에 부딪혀 눈알이 튀어나오는 사고가 생겨서 동물 병원에서 눈알을 다시 넣었지만, 강아지는 결국 실명을 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장금이에게 자전거는 가장 만만한 스포츠이지만 또 가장 위험하게 느껴지는 스포츠이기도 하다. 자전거 타다 머리를 다친 후 평생 후유증으로 괴로워하다 짧은 생을 마감한 장금이의 둘째 오빠와 삼거리에서 자전거 타다가 맞닥뜨린 택시의 기사에게 뺨을 맞고 울던 동생, 그리고 자전거에 치여서 실명을 하고 결국 어디론가 잡혀 가버린 강아지를 생각하면 장금이에게 자전거는 슬프고 아픈 물건이다.
하지만 장금이가 어릴 적 자전거를 타며 장금이 동네와 이웃 동네를 누빌 때 느꼈던 희열을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성인이 된 장금이는 가끔 가족들과 같이 자전거를 탄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 자전거 둘레길을 가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어린 시절 장금이 가족에게 닥친 불행이 어찌 자전거 탓이겠는가? 변방 늙은이의 말(새옹지마)처럼 장금이의 자전거 또한 장금이의 인생에서 희비를 함께한 소중한 동반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