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장금이는 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장금이 엄마에게 장금이는 당신의 인생에 무거운 짊인 일곱 아이들 중에 한 명일 뿐이었다. 장금이의 외할아버지는 서당 훈장이었지만 딸아이들이 학교 다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으셨다. 장금이 엄마는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을 마쳤고, 친정집의 입을 하나 덜기 위해 열일곱 살에 부잣집에 팔려오다시피 시집을 갔다. 그런데 장금이 엄마의 시집은 허울만 좋은 부잣집이었고, 남편 될 사람이 동네 유부녀와 이미 정을 통한 사이라서 유부녀 쪽 시집에서 위자료로 이미 한밑천 챙겨간 이후였다. 그 유부녀의 남편은 장금이 아부지의 큰형처럼 전쟁에 나간 후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다. 장금이 아부지가 그 유부녀와 어떻게 가까워졌는지는 모르지만 장금이 엄마가 시집을 왔을 때는 그 둘 사이에 이미 백일 정도 된 아이가 있었다. 장금이 엄마는 시집 온 후 곧 딸을 하나 낳았는데 그 이후로 아들을 낳았을 때는 자신의 초라한 인생이 어느 정도 보상받는 듯 느껴졌다. 가난한 집에서 딸로 태어나 구박만 받고 살다가 아들을 낳았다고 시댁에서 관심을 받으니 행복이라는 것을 처음 느껴 본 것이다. 그 뒤로 장금이 엄마는 아들 딸을 번갈아 가며 몇 명 더 낳았는데, 장금이는 일곱 형제 중에서 여섯 번째였다.
술병이 나서 멀리 가버린 아부지와 가난과 삶에 지친 장금이 엄마 밑에서 사랑이라는 것을 못 받아본 장금이에게도 엄마에 대한 좋은 기억이 하나 있다. 장금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에 홍역에 걸린 적이 있었다. 열이 펄펄 나며 아무것도 못 먹고 있는 애가 불쌍했는지 장금이 엄마가 빨리 나으라고 장금이에게 김밥을 사 주었던 것이다. 장금이는 그 김밥을 아주 맛있게 먹었고 거짓말처럼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장금이 둘째 오빠 장수가 자전거 사고 이후로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을 앓다가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여자와 결혼을 했는데, 장금이의 올케언니는 사실 장금이와 동갑인 데다가 대학을 나온 장금이에 대한 열등감이 있었다. 장금이는 올케언니한테 되도록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항상 어딘지 모르게 둘의 관계는 서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금이의 올케언니가 김밥을 만들어 장금이에게 줬는데 김밥이 참 예쁘게 잘 말려서 장금이는 어떻게 만드는 건지 물어보았고 장금이 올케언니는 김밥 만드는 비법을 장금이에게 전수했다. 그 이후로 장금이는 타지에서 서글플 때 김밥을 만들어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곤 했다.
장금이가 결혼을 한 후 경단녀가 되었을 때 다시 사회에 발을 딛기 위해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주로 주문받거나 서빙을 했지만, 가끔씩 새로운 레시피를 배우기도 했다. 그중에서 누드 김밥 마는 법은 나중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써먹을 정도로 유용했다. 장금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김밥 만드는 것을 가르쳐 주곤 했다. 피자에 좋아하는 토핑을 선택해서 올리듯이 김밥 속에 넣고 싶은 것을 넣는 것이 재미있었다. 장금이는 김밥을 말았을 때 형형색색의 재료들이 둥근 김밥 한가운데 들어가 있는 모습이 참 예술적이라고 늘 생각했다. 장금이의 김밥 사랑이 계속되는 것은 아마도 김밥은 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메뉴였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나 소풍 때 장금이가 김밥을 싸 간 적은 몇 번 안되었다. 장금이가 그 시절 못 먹었던 김밥에 대한 한을 풀려면 아마도 죽는 날까지 김밥을 계속 먹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장금이의 김밥에 대한 사랑은 애착보다는 집착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