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꺼번에 3개 국어 배우기
제1화: 그게 가능해?
나는 어릴 적부터 외국어에 관심이 많았다. 천성이 호불호가 분명해서 내가 싫어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못했고 굳이 잘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보니 학원이나 과외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었고, 지금처럼 외국어를 배울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이라든지 외국어로 된 영화나 드라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었다. 학창 시절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곧잘 했던 과목은 언어 과목들이었다. 영어, 국어, 일어, 그리고 한문. 그중에서도 제일 관심이 있었던 과목은 영어였다.
학원도 한 번 못 다녀 보고 과외도 한번 못 받아 봤지만, 학생들 과외도 해 보았고 졸업 후 학원에서 강사도 했었다. 현재는 외국어 실력 덕분에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최근에 문득 50대에는 5개 국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르면 50대 초 늦어도 50대 후반까지는 강호를 떠나서 은둔 생활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 내가 50대에 5개 국어를 해서 명성을 날린다거나 돈을 더 벌겠다는 목적이 아니라 단지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다. 어려웠던 가정환경으로 인해 삶을 대하는 자세에 관해 자연스럽게 조기 교육을 받은 나는 물질적인 욕심은 없어도 외국어를 잘하고 싶은 욕구가 아주 강하다. 그래서 50대에 5개 국어를 할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 외국어 학습이라는 것이 시간과 노력이 많이 요구되는 과업이라 정확히 몇 살이라고 정하지는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적어도 60이 되기 전에는 이루고 싶은 목표이다. 하지만 가능하면 50대 초반에 성취해서 남은 시간 동안은 내가 쌓은 실력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길 바란다.
중학교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영어는 그 시절 학교 수업과 교과서가 전부였다.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 듣기 평가 만점을 받을 정도로 나는 영어 교육에 열성적이었다. 학부에서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미국에서는 전공을 바꿔서 다시 공부했는데 결국 미국 대학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귀국한지는 10년째 접어들고 있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영어와 한국어를 많이 써야 하는 업종이다. 덕분에 내가 유창하게 할 수 있는 언어는 영어와 한국어다.
자, 5개 국어 중에 2개 국어는 완성. 그러면 나머지 3개 국어는 어떻게 완성시킬 것인가? 여기서 내 목표의 현실성을 한번 점검해 봐야겠다. 지금 내 나이를 고려해 볼 때 나머지 3개 국어는 영어나 한국어처럼 유창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또 유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단 본인에게 인지시키고 싶다. 내가 강호를 떠나 은둔생활에 접어들 때까지는 직장을 다니며 공부를 병행해야 하므로 외국어 공부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다. 한 번에 언어 하나를 배우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일을 하면서 세 개의 언어를 동시에 배워야 하니 아무래도 목표를 현실성 있게 조절해야 한다. 유창함이 목표가 아니라 실생활에서 알아듣고 필요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로 정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내가 앞으로 학습할 3개 국어 중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언어는 중국어다. 코로나 창궐 당시 아주 우연히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단지 영어와 한국어로부터 휴식을 갖고 싶어서 중국어 방송을 보게 되었다. 매일 영어와 한국어를 쓰다 보니, 내가 아는 언어를 알아듣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때는 거의 하루 종일 뉴스만 볼 때였다.) 중국어의 낯섦은 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고, 중국어의 사성에서 오는 음감이 재미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내가 다닌 중학교에는 1학년 때 한문 수업이 있었다. 어린 나의 눈에 노인으로 보인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60대 초반 정도였을 ) 남자 선생님이 가는 회초리를 들고 학생들을 가르치셨는데, 어떤 아이가 칠판에 한자를 적어 보겠다고 자진했다가 획이 틀려서 회초리로 손바닥을 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그 아이가 왜 손바닥을 맞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나이 드신 한문 선생님이 무섭게만 느껴졌다.) 따로 중국어를 배운 적은 없고, 중학교 1학년 때 들은 한문 수업이 전부다. 올초에 중드에 입문한 이후로 매일 중국 드라마를 한편 이상 보고 있다. 지금은 중드에 미쳐서 혹시 우리 조상님들이 예전에 중국에서 오신 분들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다. 특히 고전 무협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무협인들의 러브 스토리를 다룬 드라마를 주로 본다. 드라 속에 나온 중국 건물과 중국 의상의 아름다움에도 매료되어 있다. 일단 중국어를 배워 보겠다고 책은 세 권 정도 사 두었다. 중국 드라마를 자막 없이 보고 이해하는 것이 내가 중국어를 배우고 싶은 솔직한 이유다.
다음으로 배우고 싶은 언어는 일본어다. 고등학교 때 일본어를 2년간 배웠고 일본어 시험을 보면 항상 성적이 우수해서 내가 일본어를 곧잘 잘하는 줄 알았다. 나는 대학교에서도 일본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일본어 동아리 같은 데도 들었었는데 그 동아리의 목적이 일본어를 배우는 게 아니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어쨌든 항상 쓰는 영어에 비해 일본어는 졸업 후에 쓸 일이 없었고 자연적으로 내 일본어 실력은 녹슬었다. 나는 일본어 습득을 위해서 영어 습득만큼 심혈을 기울이지도 않았고 또 일본어를 사용할 기회조차 없었다. 사실 나도 내 일본어 실력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몇 년 전에 일본어 회화 수업을 잠깐 들은 적이 있는데, 그곳에 있는 다른 수강생들에 비해 내 실력은 많이 떨어졌다. 일본어는 입문만 여러 번 했을 뿐 일상생활에서 프리토킹을 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일본인을 만났을 때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 실력을 다지고 싶다. 예전에 쓰던 일본어 교재를 정확히 몇 권 소장하고 있는지 조사하진 않았지만 최근에 내가 사용하고 있는 교재는 <일본어 무조건 따라 하기>인데 CD를 들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일독했다. 하지만 차근차근 정독해야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5개 국어를 완성시킬 마지막 언어는 스페인어다. 스페인어는 딱히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없고 미국의 어느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초단기 기초 스페인어 강좌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대략 5년 전에 Duolingo라는 외국어 학습 앱으로 잠시 독학했었다. 스페인어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언어에 비해 나에게는 너무 빠르게 들린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에서는 영어 외에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고 또 내가 다른 언어보다는 스페인어를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사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언어다. 스페인어 역시 실생활에서 필요한 대화를 유창하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정도만이라도 습득하고 싶다.
동시에 3개 국어를 배우는 것이 가능할까? 3개 국어 동시 학습에 도전한 지 아직 한 달도 채 안되었고 결과는 앞으로 내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렸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서 확답은 어렵다. 하지만 나는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다. 현재의 내 나이와 두 번의 출산 그리고 최근에 겪은 여러 개인적 트라우마 등을 고려해 볼 때 외국어 습득에 최적의 두뇌 상태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3개 국어 동시 학습을 시작한 후 나름 단기 기억력은 좋은데 장기 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문법과 어순에 관한 이해력은 빠르지만 단어 암기력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하지만 여러 언어를 배우다 보면 언어와 언어 사이에 유사점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한 언어를 알면 다른 언어를 배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언어와 언어의 유사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3개 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방법에 대해 계속 연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