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게 된 의천도룡기라는 중국 드라마에 빠져서 최근 아침 9시부터 1시까지 하루에 장장 4시간을 드라마와 보내고 있다. 긴 여름휴가인 데다가 밖에 나돌아 다니기도 힘든 시기다 보니 뭐 드라마에 빠져 산다고 해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본다. 채널 차이나에서 최근 방영 중인데 작년에 이미 종영된 드라마다. 나는 34회까지 봤는데, 검색해 보니 총 50회로 되어 있다고 나온다.
드라마는 원나라 말기에 천하무적의 병기인 의천검과 도룡도를 손에 넣기 위해 여러 문파의 무협인들이 때로는 맞서 싸우고 때로는 힘을 합쳐 원나라 정부의 횡포로부터 백성들을 구하는 생사를 건 모험을 다룬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무당파의 장취산과 천응교주의 딸 은소소 사이에서 태어난 장무기라는 인물이다. 장무기 부모의 문파들은 원래 사이가 좋지 못했고, 장무기의 가족이 외딴섬에서 고립되어 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다시 무림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장무기의 의부 사손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사손의 행방을 알리지 않기 위해 장무기의 부모가 자결한 날, 납치되어 있던 장무기는 현명 신장을 맞고 고칠 수 없는 병에 걸린다. 그날 장무기는 부모를 모두 잃고 불치병까지 얻은 것이다.
장무기는 나중에 구양 신공으로 현명 신장에서 얻은 병을 치유하고 건곤대나이를 수련해 명교 교주가 되어 문파가 다른 사람들 심지어 원수까지도 도와주며 무림계의 화합을 이끌어 내는데, 문제는 장무기의 주변에 여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특히 34회에서는 장무기와 관련된 여인들이 한 자리에 다 모여서 가관이었다. 장무기는 선천적으로 약자를 돕는 착한 마음씨를 갖고 있으며, 어느 순간 누구에게든 자신의 최선을 다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장무기가 자신과 아주 특별한 관계라고 착각을 하고 장무기를 위해 일생을 바칠 결심을 한다. 하지만 장무기는 매 순간에 충실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여자를 위해서도 죽을 각오를 하는데, 여기서 잠깐! 한 여자로서 볼 때 장무기 같은 인물은 별로 매력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오직 한 여자만 사랑한" 명교 교주의 아들 양소에게 끌린다. 자신이 사랑한 유일한 여자인 기효부가 아미파의 사부 멸절 사태의 일장을 맞고 죽은 후 기효부가 그동안 혼자 키워 왔던 딸 불회와 살게 되지만 나중에 불회가 기효부의 약혼자였던 은리정과 혼인하려 할 때, 눈물을 머금고 자신의 연적에서 예비 사위로 변한 은리정에게 했던 말 또한 감동적이었다: "내 딸은 아직 어려 철이 없소. 나중에 잘못을 하면 내가 잘 타이를 테니 나에게 보내시오. 당신은 내 딸을 가르칠 권한이 없소. 내 딸을 아프게 하면 가만 두지 않겠소." 여자의 눈으로 볼 때 장무기는 그리 멋진 인물이 못 된다. 어떤 여자가 모든 여자에게 잘해주는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겠는가? 그런데 만약에 장무기 같은 아들이 있다면 어떤 여자를 며느리로 삼고 싶을까 고민해 보았다.
엄마의 눈으로 본 장무기는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이용당하는 착해 빠진 바보 같은 철부지다. 그래서 장무기 주변에 붙어 있는 그 여자들 중에서 누가 장무기의 아내가 되었으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장무기를 만난 순서대로 한 명씩 살펴보자. 제일 먼저 장무기를 만난 주지약은 뱃사공의 딸로 어릴 적 병에 걸린 장무기를 간호해 주고 부모를 모두 잃은 후에는 무당파에 있다가 남자들만 사는 무당파에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어 아미파에 들어간다. 아미파에서 제일 어린데도 불구하고 멸절 사태의 눈에 들어 아미파 4대 장문이 되지만, 멸절 사태에게 장무기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고, 전에는 의천검으로 장무기를 찌르기까지 했다. 그런 것을 다 떠나서도, 자신감도 없고 툭하면 눈물을 흘리는 나약한 성격의 그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장무기가 두 번째로 만난 여인, 기효부의 딸 양불회와의 관계는 절친 오빠 동생으로 깔끔하게 관계 정리. 세 번째로 만난 여인, 금화 파파의 제자 은리는 장무기를 어릴 때부터 짝사랑해서 장무기를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장무기에게 물리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일편단심이다. 독거미를 이용한 무술 연마로 얼굴마저 흉측하게 변해 있고 장무기의 외삼촌인 은야왕의 딸로 장무기의 외사촌 여동생이다. 친척이라서 장무기의 아내로 일단 부적합 판정. 네 번째로 양불회에게 뺨을 맞고 있는 걸 보고 장무기가 구해준 후에, 장무기와 비밀 동굴에 갇혀 있을 때 장무기가 건곤대나이 연마하는 것을 지켜본 소소. 이후에는 줄곧 장무기의 하녀를 자처하며 장무기를 쫓아다닌다. 사실 외모상으로 볼 때는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최근 에피소드에서 금화 파파의 딸로 알려졌는데 그녀가 자신의 신분을 숨겨온 이유나 명교에 들어온 목적 등이 아직 베일에 가려져서 확실한 믿음이 가질 않는다. 마지막으로 장무기 옆을 맴도는 여인은 원나라 왕야 차칸티무르의 딸, 원나라 군주 조민이다. 그녀는 잔꾀로 장무기를 많이 괴롭히기도 했지만, 사물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있고, 무술 실력도 겸비했으며, 여느 대장부보다 배짱이 두둑하며, 장무기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한다. 장무기의 팔목을 깨무는 장면은 싫었지만, 그래도 장무기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기도 했다. 게다가 왕족이라는 막강한 배경도 있으니 이 정도면 며느리감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의천도룡기를 이미 본 사람은 드라마의 결말을 알고 있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장무기의 아내로는 조민이 적당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에 딸이 장무기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면 무조건 말릴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만나는 모든 여자에게 다 흘리고 다니는 그런 남자보다는 일생동안 한 여자만 사랑하는 양소 같은 남자가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