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정시에 일을 마치고
현금을 뽑으러 은행에 갔다
돈 냄새라도 맡으면 똥 같은 현실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싶어서였다
두둑한 현금 뭉치도 소용이 없다
현실은 여전히 똥냄새가 난다
집에 오자마자 맥주병을 땄다
한 병만 마셔도 얼큰하게 취한다
먹다 남은 김치를 넣어 라면을 끓였다
눈물로 간을 맞춘 라면을 먹으며
다시 내 모습을 찾는다
헝그리 정신
배 고파 봤던 사람이 배 고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서빙하는 사람은 다 엄마 같고
배달하는 사람은 다 동생 같고
운전하는 사람은 다 아버지 같고
무시받는 사람은 다 누이 같고
굶주리고 아픈 사람은 다 가족 같다
언젠가는 떠나게 될 이 땅에서
너무 고달프게 살고 있구나
단 하루도 휴식할 날이 없구나
그토록 그리워서 다시 왔건만
헬조선!
그곳은 다름 아닌 내가 사는 곳이다
그나마 노래가 위로가 된다
무슨 노래를 들어도 내 사연 같다
나와 불금을 보내는 친구는
노래 한 자락
라면 한 그릇
술 한 병
이제는 배고프지 않은데
십만 원 월세를 어떻게 낼까 고민할 일도 없는데
혼자 외롭게 지낼 일도 없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청승맞은 노래 탓일까?
급하게 마신 술 때문일까?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내 속엔 아이가 있구나
햇볕 내리쬐는 건물에 기대 추위를 견디는 아이
그 아이에게 손을 내민다
외투를 벗어 입혀주고
라면 한 그릇 끓여 준다
아이야 울지 마라
너는 꿋꿋이 자랄 거야
불굴의 의지를 가진 강한 사람이 될 거야
약한 사람들에게는 순하게
악한 사람에는 무섭게
정의로운 사람이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