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상속권

by 별똥꽃

장금이가 컴퓨터로 편집을 하고 있을 때, 메신저에 메시지 한 통이 왔다. 셋째 형부의 이름으로 온 내용에는 장미 언닌데 할 얘기가 있으니 전화번호로 자신의 카톡을 찾아서 카톡으로 얘기 좀 하자는 내용이었다. 장금이는 예전에 결혼 준비로 한참 바쁠 때 장미 언니가 뜬금없이 언니의 이혼 기록이 나와 있는 가족증명서를 떼서 보내라고 했던 생각이 났다. 동생은 결혼한다고 바쁜데 자신의 이혼 서류를 보내라니 기가 막혔다. 장미의 타이밍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장금이에게 무슨 일이 있든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일만이 중요했다. 사실 장금이는 몇 해 전에 장미를 카톡 연락처에서 아예 삭제해 버리고 연락 안 하고 지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미 언니와 다시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장미가 또 문자를 보냈다. 아주 중요한 일인데 자신이 사고 치기 전에 꼭 얘기를 해 봐야 하겠다고... 그놈의 핏줄이 뭐라고 또 연락이 불가피하게 되었다고 장금이는 생각했다.


장금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장미 언니에게 연락을 했다. 다름 아닌 최근 장군 오빠가 자동차 상속 포기와 관련해서 형제들에게 신분증 카피 등등을 요구한 일 때문이었다. 장군이는 15년 전에 장애인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해, 당시 병석에 계셨던 엄마와 공동 소유로 자동차를 한 대 뽑았다. 그런데 장금이 엄마가 돌아가신 후 그 공동 소유의 자동차가 장금이 형제들에게 법적 상속권이 있으므로 오래된 자동차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장군이가 형제들에게 자동차 상속 포기 동의서를 받아야 했다. 형제들이 외국 또는 여러 지방에 각각 흩어져 있다 보니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군이가 살고 있는 구청으로 동행해줄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장군이는 형제들에게 신분증을 카피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 신분증 말고도 나중에는 <모든 상속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을 해서 공인을 받아 오라고 한 것이었다. 그래서 뒤늦게 대학에서 법을 공부한 적이 있는 장미는 각서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확인차 장금이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장미와 장금이는 장군이 오빠가 아무래도 다른 꼼수가 있는 것 같다에 의견 일치를 보았다. 낡은 자동차 외에도 뭔가 다른 것이 연루된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검토해 보았다. 첫째, 장군이가 엄마와 공동 소유로 부동산을 구매했을 가능성. 둘째, 장금이 형제들에게 엄마 사망 보험금이 나왔을 가능성. 셋째, 장군이가 부인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가능성 등등. 그런데 장미는 한 수 더 떠서 엄마에게 선산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금이는 기억을 아무리 파고들어도 장금이가 자랄 적 부모님이 소유한 선산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장미는 장금이 아버지가 묻힌 묘지터를 얘기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묘지터가 상속 대상이 된들 그건 묘지를 관리해야 하는 의무일 뿐이다. 장미는 그런 터무니없는 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간간히 자기 딸 자랑과 자신이 얼마나 장금이의 남편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짚고 넘어갔다.


장금이는 왜 몇 해 전 장미 언니의 카톡을 차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또 기억해냈다. 엄마 장례식에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이제 와서 없는 선산까지 들먹이며 유산 상속권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장미가 사람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가 그렇게 미워서 장례식에도 안 왔으면 엄마가 뭘 남겼던 안 갖고 싶은 게 정상일 것 같은데, 장미는 달랐다. 장미는 자신의 유산 상속권을 행사해서 5년 후든 10년 후든 자신의 몫을 챙기고 싶다고 했다. 있지도 않은 재산을 어떻게 챙기겠다는 건지. 장금이는 자신의 가족이 얼마나 궁핍했고, 엄마가 자식들을 키우느라 얼마나 고생하셨고, 나중에는 병석에서 장장 17년의 세월을 의미 없이 계시다가 돌아가셨음을 잘 알고 있다.


장금이는 엄마에게 재산이 없었다는 것을 안다. 장금이는 고생만 하다 가신 엄마가 남긴 재산이 만약 있다 하더라도 한 푼도 받고 싶지 않았다. 장례식에서 보험금 내놓으라며 깽판을 부렸던 둘째 언니 장숙이나 없는 선산까지 만들어 내어 상속권을 행사하겠다는 장미 언니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죽은 주인이 피아노 치는 영상을 보며 슬픔에 젖은 고양이>를 보고 장금이는 눈물이 났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도 눈물 한 방울 없는 장미와 너무 대조적이었다. 장금이는 장미 언니와의 톡에서 다시 나와 버렸다. 앞으로 영영 연락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장금이의 가족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장금이는 사춘기 때 자신의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제 오춘기에 접어든 장금이의 생각은 여전하다. 그리고 없는 집안에서도 유산 분쟁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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