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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똥꽃 Apr 07. 2024

다시, 봄!

희망가

아직 여름 햇살이 따가운 날에 시작된

나의 겨울은 삼월 말이 다 되어서야

끝날 기미가 보였다


겨울은 나의 모든 감각을 앗아 갔고

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렇게 겨울은 지난 십수 년을 내 곁에서

머물다가 갔다


삼 년 새 일억 이천이나 떨어진

아파트 값에 대한 보상이나 하듯이

머지않은 곳에 새로 단장한 야외무대에서

희로애락이 닮긴 가락을 들었다


다음날 아침 내 몸의 새포들이

모두 깨어나는기적을 느끼며

다시 산책이 주는 치유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한발 한발 내딛으며

둘이 걷다가도 하나가 되는 길을

나는 홀로 걸었다

빨리 가지 않아도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다


아직 피어있는 벚꽃에 감사하며

강물을 힘차게 품어내는 분수에 감탄하며

새가 웃고 꽃이 짖는 길을 따라

다리 아래를 하나 둘 지나

징검다리에 다달았다


며칠 전만 해도 강물이 불어 건널 수 없던

징검다리를 조심스레 건너니

항암치료를 마친 이의 머리에

새로 돋아나는 머리카락마냥 보드라운

새닢들이 나무를 온통 감쌌다


다리가 점점 약해질 때쯤

대나무들이 즐비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실컷 외쳤다


꽃이 짖고 새가 웃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책이 주는 치유에 대한 믿음으로

나의 봄은 또다시 피어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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