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자동밸런스유지체계

by 이일리


자동밸런스유지체계

(260126)



 1월 1일부터 1월 25일까지, 19권의 책을 완독했다. 그 중 소설이 11권, 에세이 또는 에세이와 비슷한 류가 7권으로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신년목표로 ‘독서를 취미화하기’를 잡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장르부터 시작한 것인데,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렇다고 내키지 않는 책을 일부러 붙잡고 있기도 싫어 그냥 그때그때 마음이 가는 책만 읽어왔는데, 신기하게도 슬슬 인문사회과학 장르가 읽고 싶어졌다. 마음과 머리에 소설과 에세이가 과다한 느낌이랄까.


 그러고보니 한창 게으름을 부릴 때 느낀 것과도 비슷하다.


 매일 일정한 루틴을 지키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살다 하루이틀 늘어지고, 그게 일주일, 열흘이 넘어가 이전의 건강하게 살던 때가 전생처럼 느껴질 때쯤, 그래서 다시는 이전의 건강한 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절망감마저 느낄 때쯤, 차라리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맘껏 게으르게 굴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어질러진 나를 조금씩 추슬러 다시 ‘건강궤도’에 올려두는 것이다. ‘다시 돌아가야 해!’라는 압박감보다는 ‘좀 질리네…’ 하는 느낌이랄까?


 나의 자동밸런스유지체계가(지금 막 지었다) 게으름의 영역에 한정된 것인 줄 알았는데 독서의 장르에도 적용되다니. 신기한 일이다.


 덕분에 책 편식에 관한 걱정은 내려놓고 지낼 수 있겠다. 책 좀 편식한다 해서 누가 내게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