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구경 / 겨울 구경-을 구경
(260130)
한강 조깅을 하다가 빈 벤치에 빈 메이커스 마커스 병이 바르게 놓인 것을 발견했다. 누군가가 앉아있던 흔적. 이 벤치에 앉아 꽁꽁 얼어붙은 한강물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빈 벤치, 얼어붙었으나 동시에 군데군데 깨져 있는 한강의 표면, 죽은 것마냥 어두운 색을 띤 나무와 풀들, 그리고 그 위에 덩그러니 놓인 빈, 빨간 마개의 술병.
고독이라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둔 듯한 모습에 누군가의 고독을 더 잘 표현해보고자 이리저리 각도를 옮겨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벤치의 벌어진 틈 사이로 찍어보면 어떨까 싶어 시도해 보았는데…
위스키 병이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게 고독하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푸른 하늘, 멀리 보이는 산과 아파트, 얼어있긴 해도 군데군데의 흰 부분이 꼭 파도처럼 보이는 한강…
이 구도에서 보았을 땐 고독, 외로움, 뭐 그런 느낌이었는데 저 구도에서 보니 시원함, 활기, 적당한 고요 같은 느낌.
무엇보다 이 두 사진이 함께 있을 때 대조의 효과가 나서 그 매력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사진의 제목은 각각 <(메이커스 마커스의 또는 나의) 겨울 구경>, <겨울 구경-을 구경>으로 정했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들어가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