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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야간 OB공정, 이렇게 버틴다

feat. 뇌과학적 측면에서

by 레잇 블루머


나는 쿠팡으로 산다.


많은 사람들이 쿠팡으로 산다.

나처럼 산다.

정말 많이들... 산다.




나는 쿠팡 물류센터의 여러 공정 중 OB 공정(Outbound)에 속해 있다.

출고 파트다.


출고는 크게 집품(picking)과 포장(packing)으로 나뉜다.

나는 그중 집품을 한다.


원래는 반품(AR) 공정으로 배정될 예정이었는데,

계약직 입사 당일 갑자기 OB로 변경되었다.

물론 일방적인 통보였다.


일용직 때 경험해 본 적이 있어서,

그 순간 바로 떠올랐다.


‘아... 많이 걸어야겠구나.’




OB는 걷는다.

정말 많이 걷는다.

중간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내가 속한 센터 기준으로 9시간을 계속 걷는다.

아니, 때로는 뛴다.

왜냐면 OB는 ‘마감’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에 시작해서 새벽 4시에 끝날 때까지

총 다섯 번의 마감이 온다.

그때마다 속도를 올려야 한다.

조금만 뒤처져도 관리자가 PDA 화면을 보고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는 수가 있으니까.


OB 공정의 특징은 일단 이 정도로만 적어두겠다.

나머지는 앞으로 자연스럽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업무 난이도와 강도 자체는 쉽다.

정말 쉽다.

기본 설명 5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카트 위에 ‘토트’라 불리는 바구니를 싣고,

PDA가 안내하는 위치로 이동한다.

사진과 바코드를 확인하고 스캔하고,

토트가 어느 정도 차면 레일에 흘려보낸다.


설명만 들으면 “아~ 쉽네.” 싶겠지만

진짜 난이도와 강도는 ‘지속 시간’에서 드러난다.

아무리 저강도 업무라도 휴식 없이 4시간, 5시간을 지속하면

인간의 몸은 버티기 힘들어진다.


발바닥은 망치로 맞은 것처럼 아프고

종아리는 터질 것 같은 듯한 느낌이고

허리는 중력에 짓눌려 비명을 지른다.


경량물 라인에선 허리를 수없이 굽혀야 하고,

중량물 라인에선 쌀 20포대를 한 번에 밀어야 한다.


종이 한 장이라 해도 팔을 뻗고 들고 있으면

1분 정도만 가벼운 것이고

10분이 지나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물건이 된다.

그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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