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애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디...
어둑어둑 해가 져가는데 동네 놀러나간 한수가 돌아오지 않는다.
학교에 들어간 후로 한수는 부쩍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일이 많다.
“한수 좀 찾아봐라.”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던 성수는 멈칫한다.
대문 옆 담벼락 모퉁이에 한수가 쭈그리고 앉아 훌쩍거리고 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싸웠는지 맞았는지 옷은 단추가 뜯어지고, 눈물 콧물에 그 잘생긴 얼굴이 볼썽사납다.
“누가 그랬어.”
다그쳐도 한수는 훌쩍거리기만 할뿐 말을 하지 않는다.
샘물로 데려와 씻기려고 보니 콧잔등과 볼때기에 상채기도 나 있다.
“엄마, 한수 누구한테 얻어 맞고 들어온거 같애.”
부엌에서 저녁밥을 차리던 엄마와 은수언니가 숨넘어가게 뛰어나오고 마루에 있던 남철이도 두수도 맨발로 뛰어내려 온다.
그럴만도 한게 한수는 딸 셋을 내리 낳고 얻은 귀하디 귀한 아들에 무릎 위에서 컸다 해도 말이 될 정도로 곱게 자란 장남이다.
그런 아들이 밖에서 맞고 들어왔다니 이건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앞장 서.”
은수언니는 뒤로 빼는 한수 등어리를 밀면서 대문을 나섰다.
은수언니와 한수 뒤를 성수와 남철이 두수까지 오남매가 기세있게 따라 나섰다.
엄마는 행주치마로 눈물만 닦을 뿐 마루에 털썩 주저 앉아 오남매 뒷모습만 바라보시며 읖조린다.
“애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디......”
상철이네 대문앞에 선 오남매는 대문을 두드리며 악을 쓴다.
“상철이, 상철이 나와. 우리 한수 때린 상철이 나와.”
대문이랄 것도 없는 낡은 문 앞에 앞마당도 없이 바로 마루가 있고 마루에서 상철이 엄마가 상철이 얼굴 상처에 고약을 발라주는 모습이 보인다. 상철이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상철이 엄마가 동네 품을 팔아서 살고 있다. 대문 안으로 보이는 집 행색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오남매는 잠깐 움찔했으나 우리 한수를 이렇게 만든 놈을 그냥 둘 수는 없는거다. 이대로 물러서면 또 앞으로 만만하게 봐서 안된다. 오남매는 마음을 다잡고 다짜고짜 상철이에게 따진다.
“애들끼리 놀다가 그럴 수도 있지. 상철이 얘기 들어보니까 한수도 잘한거는 없네.”
상철이 엄마는 주눅든 목소리로 오남매를 달랜다.
오남매는 떨리는 손을 서로 꽉 잡고 상철이네 문앞에서 식식거리며 물러서지 않는다.
다시는 한수를, 오남매를 만만하게 보고 때리거나 놀리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 참에 단단히 단속을 해야 한다.
성수의 손에도 식은 땀이 난다.
“어떤 놈이야. 어느 놈이 우리 한수를 때려.”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장에 나갔다가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가 한수가 맞고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쫓아오신거다. 그렇잖아도 부잣집 막내아들이라 동네에서 입김도 센데 귀한 아들이 맞았다는데 그냥 넘어가실 아버지가 아니시다.
엄마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오면서 연신 중얼거리신다.
“애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디......”
“애들 교육 잘 시켜야지. 우리 한수가 누구라고 주먹질이야.”
“먼저 간 상철애비 생각해서 이만 하니 아들 교육 잘 시키쇼.”
단단히 다짐을 받고 아버지는 휙 돌아 집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신다. 엄마는 서럽게 눈물짓는 상철엄마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상철이 어깨를 다독여 주시고는 오남매와 함께 아버지의 뒤를 따른다.
“아버지가 있어야 해. 아버지가.”
엄마는 아버지의 존재와 무게를 생각하며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분간이 안되게 중얼대신다.
“아버지가 있어야 해. 아버지가.”
오남매도 새삼 아버지의 존재에 감사함을 느끼며 중얼거린다.
말없이 늦은 저녁을 먹었다. 밥상 분위기가 무겁고 찜찜하다.
“잘했다. 오남매끼리 그렇게 서로 편들어주고 힘이 되어주어야 하느니.”
아버지가 무겁게 한마디 던지셨다.
“제가 잘못했어요. 상철이가 저보고 얼굴이 하얗고 계집애 같다고 해서 저도 상철이한테 아버지도 없는 놈이라고 놀렸어요.”
한수가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흐흠”
아버지는 말없이 헛기침을 하시고 엄마는 나지막한 소리로 한수를 타이르신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한수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일찍 집을 나섰다.
상철이네 문앞으로 뛰어가 기웃기웃 대다가 냅다 외친다.
“상철아, 학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