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 성수

1화 내 이름은 성수

by 왕눈이 누님

“성수야, 두수 재워놨으니 잘 보고 있다가 깨면 기저귀 갈아주고.”

“예.”


엄마는 세 살배기 한수를 업고 텃밭으로 나가셨다.

갓 백일 지난 두수는 안나오는 엄마 젖을 빨다가 지쳤는지 잠이 들었다.

혹여 막내 두수가 더위에 일찍 깰까봐 기저귀를 열어놓고 연신 부채로 바람을 부친다. 동생이 빨리 깨면 그만큼 놀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일곱 살 성수는 잘 안다.

동생 남철이는 댓돌 위에 앉아 송글송글 코잔등에 땀이 맺히도록 아버지 백구두를 맨질맨질 닦고 있다.

엄마는 첫딸을 낳았다.

아들을 바라는 어른들은 첫 딸은 살림밑천이라며 애써 근심을 누르고 ‘은수’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지난 봄 언니 은수는 아홉 살에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작년에 국민학교에 들어가야 한다고 이장이 와서 수차례 얘기했지만 아이 다섯을 엄마 혼자 키우며 살림하기에는 감당이 안되어 집안일을 돌보게 하고 성수가 일곱 살이 되자 은수는 올해 아홉 살에 국민학교에 들어간 것이다.

수언니는 집안일에서 벗어나 노는게 재미들렸는지 학교가 파하고도 한참 지났을텐데 언니는 고개너머로도 보이질 않는다.

둘째는 아들이겠거니 한껏 기대했지만 이년 뒤 엄마는 또 딸을 낳았고 실망한 할아버지는

“이번엔 남동생 보거라.”

하시며 ‘성수’라고 이름을 지어주셨다.


하지만 딸 셋을 낳고, 셋째딸 이름을 ‘남철’이라고 지은 뒤에야 엄마는 아들 둘을 차례로 얻었다.

넷째 세 살배기 한수, 다섯째가 막 백일을 지난 두수다.


아들 둘을 차례로 낳고 나서야 엄마는 개선장군의 잇몸을 한껏 드러내었지만 손주를 안아보지도 못하시고 할아버지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한량 아버지만 남은 상황에서 엄마의 고단한 삶이 달라진 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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