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아버지의 밥상...미친년
6월 장맛비가 오락가락 추적거린다.
엄마는 막내 두수를 포대기에 업은 채 한수 손을 잡고 은산 보건진료소에 가셨다. 비가 잠깐 멎었을 때 두 아들 예방주사를 맞혀야하기 때문이다.
언니 은수는 팔자좋게 학교에 가서 감감 무소식이다.
“실컷 놀고 있겠지? 흥~.”
작년까지 언니 은수가 하던 일을 이제 성수가 도맡아서 하는 일이 많다보니 심통이 났다.
성수는 입맛 까다로운 아버지 점심 밥상 걱정에 볼이 복어알만큼이나 부풀어 올랐다.
동생 남철이는 장마진 날에도 여전히 댓돌 위에 앉아 아버지 백구두를 닦고 있다. 오늘은 아버지가 은산장에 나가시는 날이라 더 광을 내야 한다.
“아즉 멀었냐? 얼른 장에 나가야 하는데 왜 이리 꾸물대냐~.”
축축한 장마에 점심 밥상이 늦어 아버지 짜증이 더 묻어난 목소리다.
성수는 깜짝 놀라 아궁이 숯불에 올려놓은 돼지고기 찌개를 얼른 들어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엄마는 나가시면서 아버지 밥상을 챙겨놓으셨다.
아버지의 밥상은 아버지만의 것들로 채워졌다.
아랫광에 걸려있는 돼지고기 앞다리를 숭덩숭덩 썰어 묵은지에 달달 볶아 딱 아버지 드실만큼만 뚝배기에 담아 볶은 돼지고기찌개에 엄마가 새벽바람에 콩밭에 나가 어린 열무만 솎아다 만든 콩밭열무 겉절이가 제법 먹음직스럽다.
하루에 두 알씩 낳는 달걀에 새우젓 요리조리 섞어서 밥솥에 앉힌 계란찜은 냄새만 맡아도 군침이 돈다. 아침에 반을 덜어 드시고 남은 계란찜을 밥상에 올리려다 무슨 맛일까 침이 꼴깍 넘어갔다.
성수는 표 안나게 살짝 계란찜 끄트머리 반수저를 떠서 입에 넣었다.
“아버지의 반찬이구나~.”
한번만 더 맛보려고 하는데 아버지의 짜증섞인 재촉에 놀라 성수는 밥상을 들어 부엌 문지방을 넘었다.
성수의 입가에 묻은 계란찜찌꺼기를 보고 아버지는 희번덕한 눈으로 성수를 흘겨보고는 숟가락으로 밥상을 탁 치며 못마땅한 식사를 하셨다.
성수와 남철이가 점심을 안먹고 있는거에는 관심도 없으시다.
양복차림으로 한껏 멋을 낸 아버지가 나오시자 뚝배기에 붙은 계란찜에 코를 박고 있던 남철이가 닦아놓은 백구두를 신고 나가시게 편하게 돌려놓는다.
장맛비가 며칠 채 추적추적 내려 땅이 온통 질다. 은산장 나가는 길은 언덕도 넘고 논둑길도 지나야 해서 하얀 백구두가 진흙에 온통 더러워지고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수는 자기도 모르게 뱉어낸다.
“장마져서 백구두 다 버릴텐디.”
싸~한 느낌에 뒷걸음질로 한걸음 물러난 성수를 아버지는 못마땅한 듯 휙 밀쳐버리고 백구두를 신고 휑하니 대문을 나서며 뱉어내셨다.
“미친년.”
아버지의 다락에 약이라고 숨겨놓고 혼자 드시던 동물과자를 몰래 꺼내먹다 들켜서 등짝을 맞았을 때보다 더 후끈거린다.
성수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입을 잘못 놀린 자신을 탓한다.
“미친년.” “미친년.” “미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