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일기
“내가 돌멩이나 유리나 개로부터 배운 바는 잠자코 곁에 있는 것이었다.”
기시 마사히코,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막 달려갔는데 코앞에서 버스가 달아나는 일로 하루 운수를 점치진 않는다. 그 정도쯤에 마음이 흔들릴 나이는 지났다. 하지만 갈아타는 버스 정류장마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얘기가 다르다. 재수 없는 날이란 생각이 들고, 그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쑥 빠진다.
어제, 그랬다. 조금씩 조금씩 어긋나서 오후엔 몸도 마음도 지쳤다. 그 여파가 오늘까지 이어진다.
아무도 위로가 되지 않는, 아니 위로를 얻고픈 사람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날,
다행히 맑고 밝은 오월의 날씨가 나를 반긴다.
찌푸린 내 곁을 가만히 지키는 오월의 햇빛, 바람,
잠자코 곁에 있는 가장 큰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