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2023년이 반 조금 넘게 지나갔다.
갓 20살, 성인이 되었을 때 지금의 나이가 되면 뭘 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스무 살 이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아 한 편으론 길게 느껴지진 않지만, 많은 일들이 있었고 생각의 변화도 있었다. 나의 삶에서 마주친 모든 사람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
1) 인연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말은 그저 예쁘게 포장한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사람과 헤어지는 건 더더욱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랑이든, 우정이든 아니면 그 외의 어떠한 관계라고 할지라도. 하지만 관계라는 게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쪽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
24살 때까지의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굳이 만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시간, 돈, 감정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매정했고, 그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과는 어떻게 가까워지게 되었지?’ 되돌아보니 어렸을 땐 처음 보는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단순히 '또래라서' 벽 없이 가까워졌고 어쩌다 보니 관계가 지금껏 지속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친해지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나는 시간이 아깝다는 핑계로 새로운 관계에 눈길조차 주지 않아 왔던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좋은 사람을 놓친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는 게 두려워서였을까? 새로운 관계를 맺고 노력하고 유지하는 것에 지쳐서였을까? 어쩌면 이런 나의 솔직한 마음을 외면하기 위해 그래왔던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또다시 상처받을 수 있겠지만 다시 돌아오지 않을 남은 20대 동안에는 용기를 내보려고 한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에게 기꺼이 감사함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며, 가끔은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무언가를 선물해주기도 하면서.
2) 꿈
지금쯤 나이가 되면 나의 미래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이 있을 줄 알았다. 대학을 다니고, 남들처럼 인턴 생활을 마치면 조금 더 분명해질 줄 알았다. 어렸을 때 내가 바라본 어른은 그랬으니까. 그래서 두려운 미래를 생각하면서도 나름의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나는 21살 때 처음으로 마케터라는 꿈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마케터가 되었다. 그런데 꿈을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왜일까? ‘진정으로 나는 마케터가 되고 싶었던 게 맞는 걸까?’라는 의심이 든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는 다른 무언가를 꿈꾸고 있는 것도 같다. 조금 더 지나 30살쯤에는 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0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