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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톤투 Jun 27. 2022

6.25에 태어난 내 남편

까먹을 수 없는 생일

6월 25일이 생일인 내 남편.

하루하루 삶이 바쁘고 고단한 와중에도 문득문득

달력을 보며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있는지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상기시키게 된다.


삼남매를 혼자 독박육아하고있고,

가까이 사는 친정에서는 지금도 맏이의 역할을 해내며 수시로 정신이 없고 바쁜 내 삶.

체력은 이미 저 지하세계로 떨어진 지 오래고

희미해진 정신력으로 그럭저럭 버텨나가고 있는 나.


그래도 내 남편 생일상은 한 번도 빠트린 적 없이

차려주었는데 너무너무 힘들지만 올해도 내손으로 밥 한 끼는 꼭 차려 먹이고 싶었다.

장염에 걸려 시도 때도 없이 똥 흘리고 다니는 막내 기저귀 채워서 마트에 데리고 가 반찬거리들을 샀다.

시원하게 오이냉국 해주려고 오이를 카트에 집어넣었는데 마트 구석에 반찬코너를 이렇게 지나가다가

냉국을 발견했다. 어쩌면 여기서 반찬 몇 개를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오이는 제자리에 갖다 놓고 냉국과 나물반찬류를 세개집어들었다. 생일상에 반찬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았다.

메인찬만 만들기에도 바쁜데 아주 잘되었군.^^

포슬포슬 감자 깔아 생선 조림해주면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갈치 한 마리 토막 내달라고 했다.

아이들 먹이려고 가자미도 샀다.


막내는 장도 다 보기 전에 기저귀에 응가를 싸서 카트에 앉지도 못하고 서있었다. 장 보는 내내 얼마나 마음이 바쁘고 정신이 없었나 모른다.




생일날 아침.

콩밥을 좋아하는 신랑 위해서 전날 불려 둔 콩으로

콩밥을 짓고 소고기 양지로 미역국을 끓이고

뽀얀 수미감자 도톰하게 툭툭 썰어 깔고서

그 위에 갈치 토막 올려 칼칼하게 갈치조림을 했다.

가자미는 칼집 내어 끓인 간장 양념에 졸이고

가지를 좋아하는 우리 신랑 생각하며

정성 들여 가지도 무쳐내었다.


항상 신랑 생일에 잡채를 빠트리지 않고 해 먹였던 것

같은데.. 올해 생일상에는 잡채도 없고 고기반찬도 없다

좋아하는 두부조림과 도토리묵무침도 해주려고 재료는 다 사 왔는데 그것도 해주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 세 아이 시중 들어가며 저렇게 차려낸 것도 내가 기특해서 눙물이 날 지경이었다.


미역국 한 숟갈 뜨더니

"와! 미역국 진짜 맛있다! 당신은 역시 음식을 잘해!"


가지무침 하나 집어먹더니

"와! 가지 진짜 맛있게 잘했네! 식감이랑 간이 아주 딱 맞아"


내가 해주는 건 그게 뭐라도 너무너무 맛있다며

잘 먹어주는 남편.

리액션이 좋은 우리 남편은 뭐라도 더 해주고 싶게

만든다.


조만간 생일날 못해준 잡채 만들어줄게 여보.

36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우리 신랑.

태어나줘서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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