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글 쓰기 (2-6/27/365)
주어진 글감: 지난 9월에는 어떤 이벤트가 있으셨나요?
내가 보탠 주제: 그 이벤트들은 나의 업보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9월에는 어떤 기억날만한 일이 있었을까? 핸드폰의 지난 달 일정 기록을 뒤집듯 털어서 세 가지를 찾았다.
첫째, 친구 셋과 두 번 당구를 쳐서 두 번 다 장원을 했다. 학교 다닐 때는 신촌 로타리 일대를 당구로 휩쓸었는데(^0^), 오래 손을 놓다 보니 주로 지는 쪽으로 떨어졌다. 그런 형편에 올(all) 장원을 하였으니, 9월 대첩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둘째, 가을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배추 230포기를 심고, 무우도 넉넉히 씨앗을 뿌렸다. 중간에 솎아먹어도 좋고 그래도 남는 것은 구덩이를 파고 묻어두면 한겨울에 싱싱한 채소 그대로 맛을 볼 수 있으니 역시 좋다.
셋째, 처음으로 백중제를 올렸다. 부모님, 처부모님 모두 가신지 오래지만 뵙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매일 글을 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더구나 제2주제를 더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면서, 산넘어 산이라 감당이 안될 정도로 어렵다. 핸드폰 덕분에 여기까지 왔지만, 오늘 독서한 내용과 연결시키는 일이 남았다. 요약한 것을 두세 번 읽고 억지로 짜붙여 본다.
앞의 세 가지 활동은 나의 '번뇌'를 줄여줄까? 아니면, 늘릴까? 혹은 아무 영향도 없을까?
우선 번뇌에 대해서 정리해보자.
번뇌란 자신의 마음을 번거롭고, 귀찮게 하며, 괴롭게 하고, 혼란스럽게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유식학에서는 이와 같은 괴로움의 원인을 4가지로 설명한다.
그중 가장 중심적인 번뇌는 '아치(我癡)'로 인해서 생긴다. 자아의 본질에 대해 무지몽매한 것, 즉 자아가 본래 공, 무상, 무아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리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번뇌를 말한다. 그래서 성유식론에서는 "모든 번뇌가 생기할 때 반드시 '치(癡)'로 말미암는다"라고 주석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모든 번뇌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아견(我見), 아만(我慢), 아애(我愛)가 더 있지만 설명을 생략한다. -- 『유식30송과 유식불교』 「의교광성분(依敎廣成分)」(김명우 편해)에서 요약.
첫째 이벤트, 당구대첩은 당장 번뇌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 모임에는 사정없이 터질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사실은 번뇌의 씨앗을 뿌린 데다 거름까지 두둑이 뿌린 셈이다.
둘째 이벤트, 가을 농사는 당장 땀흘려 일하는 보람을 즐겼고, 겨울 양식을 장만하는데 기여한 일이므로 오히려 번뇌를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셋째 이벤트, 백중제를 올려서 마음이 편안해 졌으니 득이라고 볼 수 있다. 소액의 지출이 따랐지만 요즘 물가를 고려할 때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인간은 사후에 영혼이 있어서 후손을 챙길 정도로 대단한 존재로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와 같이 즐거운 기억들이 나의 성품을 낙천적으로 만들고, 그런 성질이 아뢰야식에 종자로 저장될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