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걱정은 걱정이 아니다

by 허병상

사람이 살면서 어찌 걱정이 없겠습니까.

많이 가진 사람은 많이 가진 대로 걱정이 있고, 적게 가진 사람은 적게 가진 대로 걱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누구나, 언제나 걱정을 안고 산다면, 걱정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 그 자체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기쁜 일조차 걱정의 씨앗이 됩니다.

이를테면 어떤 학생이 평소 꿈꾸던 외국의 명문대학에 합격했다고 해봅시다. 분명 기쁜 일입니다. 그러나 곧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떠오르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뒤따릅니다. 만약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면 등록금과 생활비라는 또 다른 문제가 앞을 막아섭니다. 기쁨은 잠시이고, 걱정은 곧 일상이 됩니다. 우리의 삶은 이처럼 걱정을 바탕으로 굴러갑니다.


다행히 인간은 걱정만 안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진 것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실은 걱정이야말로 희망의 출발점인지도 모릅니다. 걱정이 없으면 희망도 필요 없고, 희망이 없다면 걱정은 곧 절망으로 바뀌고 말 것입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겠지요.


여기에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미래를 내다보고 설계하는 능력, 즉 예측의 힘입니다. 문제를 미리 가늠하고, 해결의 길을 찾으려 애쓰는 능력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자산입니다. 그런 점에서 ‘포기’란 단순히 어떤 일을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이 능력을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일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인간이기를 스스로 포기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걱정을 미리 정확히 알아맞히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문제가 눈앞에 닥친 뒤에야 상황을 헤아리고, 결과를 짐작합니다. 이때 작동하는 것이 희망이고, 다시 예측입니다. 우리는 희망을 붙잡고, 예측을 통해 대책을 세우며, 그렇게 한 걸음씩 문제 해결 쪽으로 움직입니다.

예측은 자주 빗나갑니다.

그러나 아무런 예측도 없이 맞닥뜨리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최선은 아닐지라도, 최악은 피하게 해줍니다. 덜 아프게 넘어지게 하고, 다시 일어설 시간을 벌어줍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걱정을 없애려 하지도 않고, 걱정을 건너갈 준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걱정 속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걱정하는 일이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고, 삶의 태도가 됩니다. 우리는 그런 상태를 두고 흔히 “용기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용기의 부족이 아니라 준비의 부족입니다.


걱정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준비할 수는 있습니다.

준비된 걱정은 더 이상 우리를 마비시키지 않습니다. 그것은 경고가 되고, 계획이 되고, 다음 발걸음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됩니다.

그때부터 걱정은 적이 아니라,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동반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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