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권V 팀

by 허병상

월요일 아침 아홉 시 정각, 화상회의로 한 주가 열린다.

둘째와 셋째가 먼저 사업 진행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고나면, 첫째와 나까지 넷이 함께 난상토론을 한다. 회의의 참고서는 『1년에 10억 버는 방구석 비즈니스』로 정했다. 이 책은 회의가 지나치게 실무 이야기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두어 주 전에 책을 고르고 처음 갖는 회의였는데, 잘 선택했다는 느낌이 든다. 다행히 e북이 있어 셋째도 책을 구하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 우리는 이제 물리적 거리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나는 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을 때 가장 평온해진다.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던 시절, 일요일 아침 식사는 늘 작은 잔치였다. 평일에는 얼굴 보기가 어려웠기에, 일요일 아침이 자연스레 가족이 모이는 시간으로 굳어졌다. 꽁치찌개와 달걀찜은 빠질 수 없는 단골 메뉴였다. 나는 대개 맥주잔에 소주를 따라 반주로 곁들였다. 식사가 끝나면 아이들은 거실에서 TV를 보며 종알거렸고, 나는 그 옆 소파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호사스러운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 기억은 변함없이 따뜻하다.


그 아이들이 어느새 쉰을 전후한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 키우겠다고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다시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나선다. 서너 달 전, 둘째와 셋째가 이른바 ‘방구석 사업’을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쥐방울 사업’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표현이 조금 거칠 수는 있어도, 지금의 규모와 출발선을 설명하기에는 오히려 정확하다.


오늘 회의에서 합의한 핵심은 세 가지다.

1. 브랜딩을 분명하게 할 것.

2. 둘째와 셋째가 따로 하고 있는 사업의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을 것.

3. 책이 제시하는 문제의식과 사고 수준을 회의 전반에 유지할 것.


사실 우리 집안에는 전통적으로 ‘사업 DNA’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친가에도, 외가에도 본격적으로 사업을 했던 사람은 없었다. 다시 떠올려 보니 처가 쪽에는 그런 분들이 계셨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전공과 그동안 쌓아 온 경험, 그리고 나의 삶까지 넷의 시간이 뭉친다면 충분히 일당백의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태권 V 팀이기 때문이다.


각자 따로 서 있으면 미약해 보일지 몰라도, 함께 합체하는 순간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더구나 우리 넷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가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었던가. 그 축적된 시간과 경험이 모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강력한 자산이다.


이번 주는 왠지 예감이 좋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힘들이 하나의 방향으로 모이기 시작한 느낌이다.

멋진 한 주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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